숲노래 어제책 2022.6.29.

숨은책 719


《民俗學辭典》

 民俗學硏究所 엮음

 東京堂出版

 1951.1.31.첫/1980.6.20.55벌/1985.4.15.훔침판



  우리나라처럼 열린배움터(대학교) 앞에 복사집이 많은 나라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움터 앞에 자리한 복사집은 ‘책을 펴내지’ 않습니다. ‘책을 거의 똑같이 떠내’지요. 1만 원짜리 책이라면 5천 원에, 3만 원짜리 책이라면 1만 5천 원에 떠내는데요, 책값은 높고 쪽이 적으면 더 눅은 값에도 떠냅니다. 다시 말해, 배움터가 배움터 노릇이 아닌 훔침질을 하는 셈입니다. 책을 짓느라 땀흘린 사람들한테 아무 보람이 없는 얼거리예요. 《民俗學辭典》은 우리하고 한자를 비슷하게 쓰는 일본에서 엮은 ‘살림꾸러미’입니다. 우리 배움판은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일본 한자말을 거의 그대로 씁니다. ‘사회·문화·종교·예술·학교·선생’이나 ‘공부·요리·사용·이용·필요·존재’는 우리 삶자리에 없던 말씨입니다. 우리는 ‘살림’이라 했을 뿐 ‘민속’이라 안 했어요. 갈무리해서 하나로 담으면 ‘꾸러미’라 했으나 이 낱말을 살려쓰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民俗學辭典》은 1951년에 첫벌을 내놓고 1980년에 55벌을 찍었다는데, 우리나라는 “頒布處 民俗苑(서울특별시 구로구 시흥동 산91)”이란 곳에서 “1985.4.15.”에 슬그머니 떠냅니다. 이름마저 ‘살림뜰(민속원)’이라 붙인 그곳은 몇 자락이나 훔쳐 팔았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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