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6 건빵



  싸움터(군대)에 끌려가기 앞서는 이웃집 아저씨가 이따금 어디에선가 받아오는 납작한 주전부리를 조금씩 얻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건빵’이 ‘乾pao·かんパン’이라는 일본말인 줄 몰랐습니다. 둘레 어른이 쓰는 말이면 그냥 따라했거든요. 싸움터에서도 윗내기가 쓰는 말을 고스란히 외워서 따라했습니다. 싸움터에서는 싸움말(군대용어)을 그대로 안 쓰면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터지고 삽자루가 날아옵니다. 그러나 정작 싸울아비(군인)로 지내며 ‘건빵’을 제대로 구경한 일은 드물어요. 우리나라에서 ‘땅개’란 이름이던 ‘육군 일반 보병’은 밥살림(부식품)을 거의 못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느 땅개여도 이레마다 “건빵 두 자루”씩 받아야 한다고 나오던제, 막상 한 해에 몇 자루 받을 동 말 동입니다. 상병이던 어느 날인가, 윗내기(간부)인 중대장하고 행정보급관이 큰 꾸러미를 이녁 부릉이(자동차) 짐칸에 싣는 일을 거들었어요. 이 꾸러미는 쌀이기도 하고 건빵이기도 하고, 또 뭐가 여럿이더군요. 그래요, 별이나 꽃을 어깨에 단 이들부터, 중대장·행정보급관·소대장·하사관까지 줄줄이 빼돌리더군요. 우리나라 싸움터(군대)는 뒤로 빼내어 팔아먹는 ‘직업군인’이 가득합니다. 허벌나게 새는 나라돈인 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중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이나 소대장이나 하사관들

짐차에 뭘 실어 주던 일,

이른바 '부역'이란 이름으로

실어나르기를 하는데

나중에 고참들 말을 들으니,

또 실어나르라는 꾸러미에 적힌

글씨를 보니 '도둑질'이었다.


'육군 일반 보명'인 우리가 누릴 살림을

'우리 손'으로 버젓이 그들 주머니에 담도록

나르는 일을 시키면서 두들겨팼으니

참 어처구니없던 우리나라 군대이다.


우두머리들아,

이 나라 군대 민낯을 아는가?

군인연금은 아예 싹 없애도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