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내가 좋아하는 것들 6
김다영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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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24.

인문책시렁 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김다영

 스토리닷

 2021.10.1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김다영, 스토리닷, 2021)를 읽고서 우리나라에 ‘베트남 일꾼(이주노동자)하고 아가씨(국제결혼)’가 많이 들어왔을 뿐 아니라, 베트남 커피콩이 그렇게 많이 들어왔다고 깨닫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베트남이 없이는 못 버틸 듯합니다. 숱한 지음터(공장)뿐 아니라 시골 모내기에 가을걷이까지 베트남 일꾼이 없으면 안 돌아가요. 사람들이 흔히 먹는 김도 ‘김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사람’이 있기에 댈 수 있습니다. 베트남 아가씨는 이 나라 시골로 찾아와서 시골 아저씨한테 짝꿍이 되어 주고, 아기를 낳습니다. 베트남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시골은 틀림없이 진작에 무너졌습니다. 베트남사람은 이 나라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 곳곳에 깃들면서 ‘시골이 시골스럽게 잇는 밑바탕’ 노릇을 크게 합니다.


  저는 커피를 싸움터(군대)에서 처음 마셨습니다. 싸움터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거나 버티기 어렵던 어느 날인데, 저는 담배를 못 피우는 터라 ‘그러면 믹스커피라도 마시면 좀 버틸 수 있을까’ 싶어, 사발에 몇 자루를 뜯어서 벌컥벌컥 마셔 보았어요. 꽤 든든하더군요. 가만 보면, 싸움터에서 죽을(의문사) 뻔한 작은사람을 ‘베트남 섞음커피’가 살려냈다고도 하겠습니다.


  쌀맛을 알자면 씨나락을 가을부터 건사해서 봄에 싹을 틔우고서 모를 내어 논을 돌보다가 벼꽃이 피는 하루를 알아차리고서 제비한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한 뒤 찬찬히 날을 살펴 새삼스레 가을걷이를 하는 한해살림을 짚을 줄 알아야 해요. 벼를 모르고서 밥맛(쌀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벼를 알자면 논밭을 알아야 하고, 논밭을 알려면 흙을 알아야 하고, 흙을 알려면 풀을 알아야 하며, 풀을 알려면 바람하고 하늘을 알아야 합니다.


  커피 하나를 알자면 무엇부터 짚으면서 차근차근 배움길을 나서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는 대단한 곳을 짚지 않습니다. 대단한 곳을 짚는 ‘커피 인문책’이라면 커피맛이며 커피살림 이야기하고 동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삶자리로 스민 커피를 읽어내자면, 먼저 우리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어떻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마음으로 사랑하는가부터 읽어야겠지요.


  콩볶기나 밥짓기나 매한가지입니다. 밥을 지어서 먹든 콩을 볶아서 물을 우려서 마시든, 똑같이 몸에 담는 숨결입니다. 해바람비를 듬뿍 머금은 커피콩 한 톨을 얻어서 누리는 길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해바람비를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삶을 짓는다면, 아마 누구나 튼튼하며 빛나는 하루를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어떻게 보면 평범한 농가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농부의 삶과, 내게 한껏 흥미로웠던 베트남 커피와 한국의 믹스커피, 그리고 내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한번에 연결해 생각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컸다. (25쪽)


커피 농부의 57%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내전으로 많은 남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9쪽)


왜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가 300∼400원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원두 값이 싼 이유는 1차적으로 커피를 생산지에서 싸게 수입해 오기 때문이다. (105쪽)


난생 처음 요리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로스팅도 요리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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