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는 수다꽃 (2022.6.20.)
― 부천 〈용서점〉
우리말 ‘수다’는 바탕뜻이 “많이 오가거나 흐르는 말”입니다. “오가거나 흐르는 말”일 적에는 ‘이야기’예요. 이야기는 많이 오가거나 흐를 수 있되, ‘잇는 말’이 바탕뜻입니다. 그러면 ‘수다’는 왜 ‘많음’이 바탕뜻일까요?
이러한 얼거리를 알자면, 비슷하면서 다른 우리말을 헤아리면 됩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같은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볼 노릇이에요. ‘비슷한말’이란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낱말”이란 뜻입니다. ‘같은말’이면 그저 같다고 할 뿐, 비슷하다고 하지 않아요. ‘다른말’은 그야말로 다르구나 싶은 낱말이에요. 그런데 ‘닮다’는 “같지는 않으나 같구나 싶은 대목이 있는, 그러니까 담아낸 듯한 모습이 있되 다른” 결을 나타내요.
우리말 ‘수다’ 곁에는 ‘숱하다·수수하다·수더분하다·숲·수월하다’가 있습니다. 다른 다섯 낱말도 ‘많음’이 바탕뜻입니다. 셀 길이 없도록 많은 ‘숱하다’요, 어디에서나 볼 만큼 많은 ‘수수하다’요, 까다로운 빛이 없이 넉넉히(많이) 받아들이는 마음인 ‘수더분하다’요, 풀꽃나무가 잔뜩 있는 ‘숲’이요,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그래도 넉넉히(많이) 할 수 있는 ‘수월하다’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짚고 보면 ‘수북하다’도 얽히는 줄 엿보고 ‘쉽다’도 나란한 줄 엿볼 만합니다.
부천 마을책집 〈용서점〉에서 다달이 수다꽃을 펴기로 합니다. 고흥서 부천 사이를 다달이 오가는 길은 멀는지 모르나, 부천 원미동 마을꽃(지역문화)을 어깨동무하는 마음이라면 그리 안 멀어요. 부천마실을 하는 길에 서울·인천·수원처럼 곁마을에서 여러 일거리를 꾸려서 함께 움직이면 홀가분하지요. 더구나 부천을 둘러싼 이웃님을 나란히 만나면서 수다꽃을 펼 적에는 서로 생각을 북돋우면서 오늘 이곳에서 짓는 하루를 즐거이 바라보는 눈길을 여밀 만합니다.
우리는 늘 눈을 감고서 서로 바라보면 오직 마음만 느끼고 봅니다. 속눈을 뜰 적에는 겉모습 아닌 속마음을 헤아려요. 아이어른 모두,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수수하지만 늘 빛나는 살림을 모두 손수 지은, 밥옷집을 숲에서 얻은 풀꽃나무로 여미고 가꾼 오랜 삶길을 듣고 배우는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으면, 활짝 웃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에 이름이 안 나온 수수한 엄마아빠가 일군 우리말’이라는 대목을 배울 수 있어도 아름다울 테고요.
마음읽기를 함께하는 수다꽃을 꾸립니다. 2022년 6월 20일은 첫발입니다. 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마음살림·책살림·마을살림·숲살림을 하나하나 그립니다.
2022년 7월 18일 19시에 “용서점 수다꽃” 두걸음을 딛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