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2 고삭부리



  어느 분은 저더러 뜻(사명)이 있어 이 일(말꽃짓기)을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리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저는 고삭부리에 말더듬이에 혀짤배기로 태어났고, 어릴 적에 말소리가 새서 놀림받았고 노래를 못 부른다고 또 놀림받았어요. 다만 배움터 길잡이(교사)가 웃거나 나무랄 적에 동무가 나란히 놀렸고, 마음으로 아끼는 여러 동무가 바람막이가 되어 이런 저를 지켜주곤 했습니다. ‘고삭부리’란 낱말을 썼는데, 이 낱말은 ‘골골대다·삭다’하고 얽힌 낱말입니다. 둘레 어른은 흔히 “허약 체질”이란 한자말을 썼어요. 저는 한자말을 잘 안 쓰는데, 어릴 적에 읽기를 시키면 소리를 내기 어려운 한자말이 참 많았어요. 열 살에 마을 할배한테서 천자문을 배우고서 옥편이랑 낱말책을 뒤지면서 소리를 내기 쉬운 말씨를 찾다보니 ‘오랜 우리말’은 어린이가 소리내기에 알맞고 부드럽더군요. 좋거나 나쁜 말은 따로 없습니다만, 모든 말은 삶에서 비롯하고, 삶은 우리 넋을 비춰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본 수수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쉽게 익히고 소리낼 만한 낱말을 물려주었겠지요? 말밑을 찬찬히 캐노라면 “좋은 삶도 나쁜 삶도 없”이 오직 우리 삶을 담는 말이 있을 뿐입니다. 툭하면 앓으면서 포근히 나눌 말을 더 찾아보았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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