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만화책 2022.6.19.



― 어디로든 간다


《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25.



  《카나타 달리다 10》(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며 ‘어린씨가 푸른씨로 스스로 자라나는 길’을 생각합니다. ‘서울아이 카나타’는 ‘시골아이 카나타’로 자리를 바꾸면서 비로소 마음을 틔워 말길을 엽니다. 카나타랑 여러 동무는 숨이 가쁘도록 언덕을 오르내리는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이 자라나요.


  달리기를 해본 분이라면 달리기가 얼마나 스스로 빛내는 신나는 놀이요 몸짓이면서 하루인가를 어느 만큼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달리기는 ‘나하고 싸우기(내면과의 투쟁)’가 아닙니다. 달리기는 ‘나를 스스로 사랑하기(자기애)’입니다. 걷기도 이와 같지요. 동무랑 나란히 걸으면서 수다꽃을 피울 만한데, 홀로 머나먼길을 걸어갈 적에 어떤 마음인가를 되새겨 봐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언덕길을 달리고 드넓은 들판을 끝없이 달릴 적에 어떤 마음인지 곰곰이 짚어 봐요.


  더 빨리 달려야 할 까닭이 없는 줄 알아챈다면, 우리가 스스로 삶을 어떻게 짓고 다스리면서 달랠 적에 즐거이 빛나는가를 스스로 깨닫습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삶짓기도 살림짓기도 사랑짓기도 잊은 채 하루하루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굴레살이일 뿐입니다.


  그림꽃책 《카나타 달리다》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기려고 달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려’고 달립니다. 오직 스스로한테만 온마음을 기울이며 달려야 하는 길에 문득 ‘아! 나는 이런 사람이로구나!’ 하고 깨닫고, 아이들은 저마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그때’에 ‘동무는 어떤 마음이자 눈빛’인가를 바라볼 수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너(타인)’를 알려면 ‘나(자아)’부터 알아야 합니다. 남·이웃·동무를 사랑하려면 나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는데 어찌 남·이웃·동무를 사랑할까요? 터무니없지요. 나부터 스스로 모르는데 어떻게 이웃을 알겠으며, 풀꽃나무나 숲을 알겠습니까? 어이없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제 발걸음에 맞추어 달릴 수 있도록 그저 놓아주기를 바라요.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를 바라요. 달리다가 지쳐 쓰러질 적에 벌렁 드러누울 싱그러운 풀밭이며 빈터를 마련하기를 바라요. 풀밭이며 빈터에 부릉이(자동차)를 함부로 대놓지 말아요.


  그리고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른으로서 먼저 ‘나사랑’부터 하시기를 바라요. 어른으로서 ‘나사랑’을 하지 못하는 마음결이라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러운 빛줄기인가를 못 느낍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사랑’을 하고서야 ‘이웃사랑’도 ‘숲사랑’도 비로소 천천히 엽니다.


ㅅㄴㄹ


‘알았지? 승부처에 도달하면, 이렇게 생각해 봐. 기초훈련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달리는 방식도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하다!’ (85쪽)


‘나는 수없이 연습해 왔어. 지금 내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연습보다 힘든 시합은 없어. 나는, 갈 수 있어. 나는, 앞으로 갈 거야.’ (190쪽)


‘언제나 외롭게, 등을 쫓아서 달린 너. 있잖아, 고독은 나쁜 게 아니야.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고독은 개성과 재능을 낳아 주는 부모. 동료와 라이벌은 그것을 길러 주는 부모야.’ (202쪽)


‘내 인생은 행운으로 가득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시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건 네가 고독한 시간에 지지 않고, 꾸준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야. 여8기까지가 모두가 벌어 준 시간. 여기서부터는, 네가 쌓아올린 시간으로 싸워야 돼!’ (203쪽)


‘너는, 어린 시절의 너는, 작은 발로 하코네에서 도쿄를 향해, 이 국도 위를 달렸다. 전철비나 버스비가 없던 어린아이라서?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역시.’ (210쪽)


‘달려갔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해. 나는 달리는 쪽이 전철이나 버스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절에 어렴풋이 자신의 몸 하나로, 두 다리로, 작은 눈으로, 깨달았던 거야.’ (211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かなたかけ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청소년한테 글로 된 인문책만

너무 읽히려 하지 말아요.

이 아름다운 만화책

<카나타 달리다> 10권을

함께 읽고서

스스로 새롭고 싱그러이

마음을 열고 나누는

슬기로운 어른이 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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