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2 거지말



  꾸밈없이 말하면 걱정이 없습니다. 꾸미다가 스스로 펑 터지거나 아슬합니다. 꾸밈없이 글쓰고 일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면 아름답습니다. 또 꾸미고 거듭 꾸미기에 겉발림이 늘고 겉치레가 생깁니다. 겉으로는 있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없는 사람이 ‘거지’이지 싶어요. ‘거짓말’은 ‘거지 + ㅅ + 말’인 얼개입니다. 스스로 속으로 안 가꾸거나 안 돌보는 마음은 ‘거짓’이요, 스스로 거지가 되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돈이나 값을 안 바라고서 ‘거저’ 주곤 해요. 받을 마음이 없기에 거저(그냥·그대로) 줄 텐데, 겉으로만 꾸미기에 거추장스러운 껍데기가 늘고, 거칠면서 겉돌게 마련입니다. 거죽·가죽이란 바깥을 이루는 옷입니다. 옷을 입어 몸을 돌보기도 하지만, 옷에 매달려 그만 몸도 마음도 잊은 채 치레질이나 꾸밈질에 빠지기도 합니다. 돈값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라 거저 내줄 적에는 사랑이 싹튼다면, 겉껍데기(허울)를 씌우는 입발림·글발림으로 기울면 어느새 “거지 같은 말”에 “거지가 되어 쓰는 말”에 “스스로 거지로 여기는 말”로 휩쓸려요. 스스로 없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는 “내가 나를 깎아내리는 마음”에서 싹트는 거짓말이고, “찬(차다·가득하다) 말”이자, 넘실넘실 둘레를 살찌우는 숨결인 참말입니다.


거짓말 (거지 + ㅅ + 말) : 스스로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는 마음이기에, 마치 있는 척하려고 꾸미는 말. (← 허위, 허언, 허구, 허풍, 헛소문-所聞, 조삼모사, 부정不正, 위선僞善, 사실무근, 근거없다, 가공架空, 사기詐欺, 공갈, 대포, 낭설, 트릭(trick), 트랩, 수작酬酌, 자기기만, 가장(假裝), 교언영색, 야매, 작위, 흑색선전, 네거티브, 마타도어matador, 허무맹랑, 가짜假-, 짜가-假, 가짜뉴스, 왜곡보도, 허위보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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