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705


《藥硏 創刊號》

 약대학생위원회 편집부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1965.12.



  나라지기를 맡은 곁사람이 ‘숙명여대 대학원’을 다닐 적에 쓴 글(논문)이 썩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넘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글(논문)을 글답게 쓴 사람은 몇쯤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일군 열매를 안 훔치거나 안 베끼거나 안 따오고 스스로 글(논문)을 여미어 마침종이(학위)를 받은 사람은 몇쯤 될까요? 틀림없이 ‘썩 안 깨끗한 글’을 남기고서 마침종이를 받은 사람을 탓할 노릇인데, 우리나라만큼 글(논문)을 안 깨끗하게 쓰는 나라는 드물다고 느껴요. 숱한 열린배움터(대학교)는 틀에 맞춘 글이면 다 받아들여서 마침종이를 내줍니다. 새롭거나 빛나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게 쓴 글이어도 틀에 안 맞추면 손사래를 치거나 잘라내지요. 《藥硏 創刊號》는 숙명여대 약학대에서 낸 달책입니다. 배움길을 걷는 이라면 삶으로도 책으로도 배우고, 배운 보람을 글로 새삼스레 여밉니다. 약학대 달책이다 보니 ‘약 알림(광고)’이 꽤 깃드는데, ‘시골 아이들한테 의료봉사’를 다녀온 모습이나, ‘검은이(흑인)한테 바늘을 꽂는 몸짓’으로 노는 모습은 위에서 베푼다는 마음 같아요. 이 책에 실은 글은 온통 한자말에 영어예요. 글(논문)은 수수한 사람들하고 멀리 떨어져야 할까요? 글은 어디에 있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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