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18.
숨은책 671
《새마을》 20호
편집부 엮음
대한공론사
1973.12.1.
2011년에 고흥에 처음 깃들며 시골 곳곳에서 나부끼는 ‘새마을’ 글씨에 깜짝 놀랐습니다. 대구나 부산이야 ‘새마을’이 펄럭일 수 있더라도 전남 시골에 웬 ‘새마을’인가 싶더군요. 예전 고흥지기(고흥군수)는 “참고흥 새마을정신 실천운동”이란 이름을 내세워 살림돈(군청예산)을 펑펑 쓰기까지 했습니다. 《새마을》 20호는 ‘나라지기’ 아닌 ‘각하’라는 일본말씨로 깍듯이 우러러야 했던 우두머리를 앞세운 숱한 달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래꽃(우표)을 한창 모으던 어린날(1982∼87), 동인천에 있는 나래꽃지기(우표가게 일꾼)한테 가면 나래꽃하고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는데, 어느 날 “얘야, 우표에 대통령 얼굴이 자주 나오는 나라는 독재국가야. 민주국가에서는 취임식 모습만 우표에 담고, 독재국가는 뻔질나게 우표에 나와.” 하고 불쑥 한마디 하셔요. “네?” 하고 놀라며 나래꽃지기를 바라보는데 조금 앞서 암말도 안 했다는 듯이 말머리를 돌리시더군요. 철없는 아이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얼굴이 깃든 나래꽃을 사모으는 모습에 뭔가 알려주고 싶으셨다고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푸름이로 접어들어 이웃나라 나래꽃을 살피니 아름나라(민주평화국)는 우두머리 아닌 글님·그림님·살림님·풀꽃나무 얼굴을 담더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