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함께 숨쉬던 (2022.2.26.)

― 서울 〈서울책보고〉



  서울마실이 싫은 큰아이를 졸라서 길을 나섭니다. 2월이 저물면 〈서울책보고〉에 편 빛꽃잔치(사진전시)를 닫습니다. 이 빛꽃잔치에는 그동안 큰아이랑 함께 다니면서 누린 책빛이 꽤 있어요. 큰아이가 푸름이 아닌 아기이던 무렵 엄마아빠랑 얼마나 이곳저곳 누비고 살았는가를 문득 돌아볼 만하리라 여기면서 먼길을 시외버스로 달립니다.


  큰아이는 “다 예전에 본 사진들 아니에요?” 합니다. “그러게. 잘 아는구나. 그래도 이렇게 그러모아서 펼쳤어요. 너그러이 살펴 주셔요.” 서울은 시골과 달리 꽤 춥다가도 덥습니다. 서울은 시골처럼 나무로 두른 삶터가 아니라 춥고, 전철을 타거나 어디 들어가기만 해도 한겨울이라지만 더워요. 서울이 나쁜 고장은 아니지만, 서울살이가 길면 서울사람은 죄다 철을 잊고 잃겠구나 싶습니다.


  앞을 내다보지 않는 사람은 오늘을 읽지 못합니다. 오늘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은 어제를 읽지 못합니다. 어제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오늘을 알지 못할 뿐더러 꿈이 없다고 느낍니다. ‘비평·평론’이나 ‘사업·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만, ‘삶·살림·사랑’을 ‘숲·아이’하고 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잘 안 보입니다. 내로라하거나 내세우는 이는 ‘겉·옷’을 붙잡는다면, 조용히 아이를 품으면서 들꽃을 바라보는 이는 ‘노래·춤’을 나눌 길을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지어요.


  돌림앓이가 퍼진 뒤로 〈서울책보고〉를 찾아오는 발걸음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림앓이가 아무리 퍼져도 전철·버스는 어마어마하게 붐비고, 지하상가·백화점·큰가게에는 사람물결이 고스란해요. 고흥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달리면 백화점을 낀 버스나루에서 내리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바다입니다.


  돌림앓이가 퍼지며 누리책집이 떼돈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나라(정부)에서는 알라딘·예스24 같은 누리책집이 떼돈을 벌었기에 ‘갚음삯(손실보상금)’을 ‘책집에는 안 주기’로 했다지요. 웃기는 나라입니다. 벼슬꾼(공무원)이 참으로 책집마실을 안 하고 책을 안 사읽는다는 티를 팍팍 내는 멍청한 나라꼴입니다.


  그래요, 우두머리이고 고을지기(지자체장)이고 배움지기(교육감)이고, 이분들이 ‘책읽는 모습’을 못 봅니다. 마을빛을 가꾸는 책이며, 숲빛을 들려주는 책이며, 손수짓기를 노래하는 책이며, 아이를 돌보며 즐거운 하루를 담는 책을 곁에 안 두는 벼슬꾼(정치꾼)이 늘수록 나라꼴은 뒷걸음입니다. 그러나 벼슬꾼에 앞서 우리부터 삶책을 등진 오늘이지 않나요?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가 너무 많아, 우리 손에서 삶책·살림책·사랑책이 떠나고, 잘난책(베스트셀러)만 덩그러니 있지 않나요?


《Intelligence in Animals》(Michael Bright 엮음, Toucan Books, 1984)

《Pig Surprise》(Ute Krause, Dial Books for Young Reader, 1989)

《Snuffles and Snouts》(Laura Robb 글·Steven Kellogg 그림, Dial Books for Young Reader, 1995)

《漁夫 김판수》(박기동 글, 민족문화사, 1985.7.20.)

《끼끼》(A.마오리 끼끼 글/권근술 옮김, 청람, 1979.5.10.)

《삼청교육 5호 작전》(이강춘, 두풍, 1988.5.1.첫/1988.11.15.2벌)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이가림 글, 창작과비평사, 1981.5.30.)

《Animal life in the British Isles》(F.M.Duncan·L.T.Duncan, Oxford univ, 1920.첫/1936.6벌)

《the National History of Selborne》(Gilbert White, George Routledge & sons, ?)

《키키 키린》(키키 키린/현선 옮김, 항해, 2019.6.24.)

《大望 經世語錄》(석인해 엮음, 삼한문화사, 1979.12.3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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