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엮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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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12.

인문책시렁 226


《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엮음

 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2019.3.25.



  《누가 시를 읽는가》(프레드 사사키·돈 셰어/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2019)는 노래(시)가 차츰 잊히려는 물결을 곰곰이 짚으면서, 누구보다 노래님(시인) 스스로 노래가 잊히도록 쳇바퀴에 갇히기도 한다고 속삭입니다.


  그림님(화가)이 그림밭을 가꾸기도 하지만, 바로 그림님 스스로 그림밭을 망가뜨립니다. 글님(작가)이 글밭을 일구기도 하지만, 바로 글님 스스로 글밭을 엉망진창으로 흔듭니다. 빛꽃님(사진가)이 빛꽃밭을 돌보기도 하지만, 바로 빛꽃님 스스로 빛꽃밭에 울타리를 높직하게 세워요.


  누가 노래를 읽느냐고 물으려면 누구보다 노래님 스스로 오늘을 되짚고 어제를 돌아보며 앞날을 그릴 노릇입니다. 《누가 시를 읽는가》 첫머리에 다루기도 하는데, 너무 많구나 싶은 노래님이 ‘길잡이(대학교수)’ 자리에 떡하니 앉아서 아늑하게 돈벌이를 합니다.


  노래쓰기(시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노래쓰기를 따로 배워야 할까요?

  달리기나 뜀뛰기나 놀이나 살림을 따로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신나게 달리고 뛰면 됩니다. 즐겁게 놀면 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밥살림·옷살림·집살림은 물려주거나 물려받기도 하지만 ‘가르침·배움’이 아니에요. 살아가며 차근차근 함께 누리고 나누면서 시나브로 마음에 스미고 몸에 깃듭니다.


  노래하기란 수수한 이름이 아닌 ‘시창작’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내세울 적부터 노래는 망가집니다. 노래를 할 뿐입니다. “시를 창작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들을 뿐입니다. “시를 감상하지” 않습니다. 《누가 시를 읽는가》를 읽으니 29쪽에 “음악과 그림에는 즐기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있지만, 시에는 그런 게 없다.” 하고 나오는데, 노래뿐 아니라 가락이며 그림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때는 따로 없어요. 무엇이든 언제나 스스로 즐깁니다.


  노래는 거룩하지 않으나, 엉터리도 아닙니다. 노래는 높이 여겨야 하지 않으나, 깎아내릴 까닭도 없습니다. 노래는 언제나 노래예요. 먼먼 옛날부터 수수한 어버이하고 어른은 무슨 일을 하든지 늘 노래했습니다. 아기를 재우며 노래하고, 밥을 짓고 옷을 깁고 땅을 일구면서 노래했어요. 어른은 일하며 일노래요, 아이는 놀며 놀이노래입니다.


  누가 가르치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누구한테서 배우는 노래도 아니었어요. 누구나 늘 노래하는 님인 우리 삶입니다. 이제는 ‘노래’가 아닌 ‘시(詩)’라는 한자를 그냥그냥 쓰면서 ‘시문학’이라고까지 하는데, 울타리를 높이고 군말을 덕지덕지 붙일수록 노래는 잊히게 마련입니다. 노래는 날개를 달며 놀이하는 마음일 적에 언제나 싱그러이 피어납니다.


  노래를 배우지 마셔요. 노래를 가르치지 마셔요. 그저 스스로 사랑하는 눈빛으로 온삶을 노래하셔요.


ㅅㄴㄹ


크리스천 위먼은 이런 우려를 표했다. “시인들이 시 인생의 전부를 대학 언저리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사방에 높은 벽을 두른 듯이 보인다. 시인들이 무엇이 발표될지 결정한다. 시인들이 다른 시인을 검토한다. 시인들이 서로 상을 준다.” (9쪽/돈 셰어)


음악과 그림에는 즐기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있지만, 시에는 그런 게 없다. (29쪽/이언 맥길크리스트)


처음에는 러시아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시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82쪽/에이미 프리콜름)


학생들의 시 대부분은 죽음이나 할머니나, 할머니의 죽음이나, 비나, 삶에 관한 의문을 다루었고, 하나같이 진부한 표현과 극적인 묘사에 빠져 너무 긴장돼 있었다. 많은 수가 노골적인 고백이나 비나 상처 같은 심상을 통한 은유였다. 때로는 상처 안으로 곧장 비가 내렸다. 때로는 비가 고통스러웠다. (95쪽/마이클랜 피트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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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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