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2022년 6월에 이르러
비로소 갈무리합니다
<책대로>는 그동안 바깥하고 안쪽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 .. ..
숲노래 책숲마실
우리대로 살림대로 (2021.10.17.)
― 제주 〈책대로〉
제주에서 바깥일을 마칩니다. 애월에서 제주시로 건너왔고, ‘예정대로 공인중개사’ 앞에 닿습니다. 일부러 ‘부동산’을 찾아갔어요. 이곳 지기님은 ‘부동산 일’을 볼 책상 하나를 남기고 몽땅 책집으로 바꾸었거든요.
어느 곳에나 손님이 여럿 깃들게 마련이고, 손님은 으레 기다립니다. 이동안 느긋이 앉아 책을 읽도록 판을 꾸린 〈책대로〉요, 땅이나 집을 사고팔거나 빌리는 일이 아니어도 사뿐히 찾아와서 책을 누리는 쉼터로 꾸민 얼거리입니다.
그런데 10월 17일에는 일찍 닫으셔야 한다는군요. 〈책대로〉 지기님은 “멀리서 오셨는데 제가 아이를 보러 가느라 일찍 닫아야 하는데 어떡하지요?” 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저는 이튿날에도 제주에 있어요. 이튿날에는 언제 여시려나요?” “이튿날에는 아침 11시에 열어요.” “그러면 전 오늘 일찍 쉬고 이튿날 아침에 올게요.” “그래도 될까요?” “네, 책집 손님보다 지기님 아이가 먼저예요. 저도 아이 둘을 돌보는 어버이라서 늘 아이를 먼저 바라봐요. 얼른 아이한테 가셔요. 저는 길손집으로 가면 됩니다.”
길손집을 미리 잡지는 않은 터라 빈자리를 찾으려고 한참 애먹었으나, 이럭저럭 하루를 잘 쉰 이튿날 아침, 다시 자전거를 끌고 〈책대로〉에 옵니다. 〈책대로〉에는 아침부터 집을 사고팔려는 손님이 여럿 드나듭니다. 이분들은 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책이 한가득 둘러싸는데 땅·집을 사고팔려는 사람들 눈에는 책이 아예 안 보이는구나?’ 싶어 조금 놀랍니다.
그러나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 마을책집이 수두룩하지만, 마을에 책집이 있는 줄 스무 해나 마흔 해 넘도록 못 알아채는 분도 많아요. 저는 저대로 읽으면 됩니다. 그대는 그대대로 읽으면 돼요. 우리는 우리대로 읽으면서, 책을 책대로 사랑하는 마음씨앗을 찬찬히 심으면 즐겁습니다.
엊저녁에 책을 샀다면 아침에 우체국에서 집으로 부쳤을 텐데, 우체국에서 짐꾸러미를 한바탕 부치고 온 길이라, 오늘은 셋만 고릅니다. 이제부터 자전거로 여러 곳을 빙그르르 돌 텐데 등짐이 너무 무겁거든요. ‘공인중개사’ 일터를 마을책집으로 꾸릴 수 있다면, 시골은 면사무소나 우체국 한켠을 마을책집으로 꾸릴 만합니다. 시골 벼슬터(공공기관)는 꽤 넓거든요. ‘스스로 빨래집(무인빨래방)’ 한켠을 책집으로 꾸밀 수도 있겠지요. 경찰서나 검찰 한켠을 책집으로 꾸미면 어떨까요? 배움터에도 ‘배움책집(학교책방)’을 꾸미면 알차리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된다고 여기기보다, 우리 생각(사고방식)하고 틀(법)을 바꾸면 모두 이룰 만합니다.
《나를 숲으로 초대한 동물들》(V.N.쉬니르니코흐 글/한행자 옮김, 다른세상, 2004.9.1.)
《연필로 쓰기》(김훈 글, 문학동네, 2019.3.27.)
《미안함에 대하여》(홍세화 글, 한겨레출판, 2020.8.2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