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1
김병연.배성호 지음, 이재임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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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6.2.

맑은책시렁 272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김병연·배성호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22.5.15.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김병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2)를 읽었습니다. 서로 갈라선 채 총칼로 노려보는 ‘한겨레 두나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겨레를 억누르고 짓밟던 일본을 떨쳐낸 자리에 들어선 ‘두 우두머리(권력자)’는 어깨동무가 아닌 총칼싸움을 꾀했고, 우리는 두 우두머리를 내쫓기보다는 두 우두머리 말에 따라 아직까지 피비린싸움을 끝내지 못 합니다.


  싸움터에서 죽는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없다시피 합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야겠지요. 싸움터에서는 바로 우리 들꽃이 죽습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터에 우리 들꽃을 몰아세웁니다. 숱한 일본바라기(친일파)는 스스로 총을 들고서 ‘일본 우두머리를 지키는 싸움터’로 나아가지 않았어요. 그들은 우리 들꽃이 허수아비처럼 끌려가도록 채찍질을 했을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남·북녘으로 갈린 우리나라일 뿐 아니라, 남녘은 남녘대로 왼·오른으로 갈린 채 싸웁니다. 어깨동무는 간곳없어요. 서로 받아들이고서 동무랑 이웃이 되어 사귀는 마음은 찾을 길이 없어요. 북녘에 살기에 나쁘거나 남녘에 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뽑기(선거)를 할 적에 이쪽을 뽑든 저쪽을 뽑든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삶터가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입니다.


  모든 들풀이 똑같은 때에 돋아서 똑같은 잎이 돋아야 하지 않아요. 모든 나무가 똑같은 때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벌나비랑 새가 똑같은 몸피에 똑같은 날개여야 하는가요? 아닙니다. 다 다른 풀꽃나무이고 다 다른 벌나비에 새입니다. 다 다른 사람으로서 다 다른 생각을 착하고 참하며 곱게 다스리면서 함께 뛰놀고 노래하는 길을 살필 노릇이에요.


  여러모로 보면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일 수 있지만 아름길도 사랑길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한 사람을 뽑아서 일을 맡기는 틀은 어깨동무 아닌 외길로 기울거든요. 남·북녘이 오랫동안 갈린 채 살아온 나날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서로 남남이기만 했을 뿐, 이웃도 동무도 아닌 몸짓으로 총칼만 들이민 채 살았어요. 우리 손으로 마을을 가꾸고 들숲바다를 아끼며 파란하늘을 채우는 눈부신 별빛을 잊은 채 오늘까지 왔습니다.


  뜻깊은 길을 다루는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일 텐데 ‘군대를 줄이면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얘기를 자꾸 되풀이하는 대목은 아쉽습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이 아닌 푸르게 누릴 숲과 마을’을 되찾을 마음으로 남북녘이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헤아려야 아이들한테 이 땅을 물려줄 만할 텐데 싶습니다. 남북녘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는 총칼잡이(군사훈련)가 아닌 ‘참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배울 노릇입니다.


ㅅㄴㄹ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자주 만나야 할 것 같아. 만나다 보면 서로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조금씩 사라질 수 있어. (14쪽)


군대 규모를 줄이면 더 많은 젊은이가 좀더 일찍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무기를 사는 데 써 오던 어마어마한 돈을 좀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도 있게 돼. (29쪽)


남한과 북한도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군대를 유지하고 무기를 사들여야만 했던 거지. (64쪽)


남한과 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한 무기를 개발하거나 사는 일도 계속될 것 같아.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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