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5.27.

오늘말. 말많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해본다면, 1980해무렵(년대)을 어린이로 보내는데 둘레 어른들이 “사내놈이 뭔 말이 많아? 고추 떨어진다!” 하면서 ‘수다 = 가시내’로 몰아붙이고 ‘사내는 점잖게’ 있어야 한다고 꾸짖고 숱하게 꿀밤을 먹이더군요. 지난날 어른이란 분들은 순이돌이가 사이좋게 얘기를 펴면서 생각을 나누고 슬기롭게 일을 풀어나가도록 북돋운 일이 드물어요. 집안기둥이라는 사내(아버지·할아버지)가 밀어붙이기 일쑤였어요. 함께짓는 집살림이라면 서로서로 사랑을 바탕으로 손짓기를 할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말이 좀 많은들, 시끌시끌한들, 북적북적 떠들썩한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집을 이루어 살아가는 길이란 서로 따사로운 품으로 자라난다는 뜻이라고 여겨요. 차근차근 엮고 기쁘게 나누고 가만가만 짜면서 웃음잔치로 노래하는 하루이기에 왁자지껄하게 ‘우리 집’이라고 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수 가꾸며 빛나는 둥지입니다. 나란히 돌보며 눈부신 보금자리입니다. 같이 일하고 쉬고 떠들면서 아늑한 집입니다. 입방아도 혀놀림도 아닌 이야기 한 자락에 수다 두 마당으로 온누리가 활짝활짝 깨어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얘기·이야기·수다·말·말밥·말많다·말이 많다·말이 나오다·오르다·오르내리다·꼽다·손꼽다·시끌시끌·시끄럽다·왁자지껄·왁자그르·떠들다·떠들썩하다·떠돌다·나돌다·입방아·혀를 놀리다 ← 하마평(下馬評), 회자(膾炙), 인구회자(人口膾炙/인구에 회자되다)


손·손놀림·손살림·손수·손수짓기·손수지음·손으로 하다·손을 쓰다·손일·손지음·손짓기·손빚음·손빚기·손짓·손힘·뚝딱질·살림질·엮다·짜다·집·우리 집·집살림·집에서 지은·혼짓기·혼자짓기 ← 수제(手製), 수제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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