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57 씻김채


아주 어릴 적에 씻는집(목욕탕)에 간 일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어머니는 씻는집을 안 즐겼습니다. 다녀오는 길이 안 가깝기도 하고 돈도 들기에 “우린 집에서 씻자. 그래도 되지?” 하셔서 우리 집 씻는칸(욕실)만 누렸습니다. 어린 제가 혼자서 목이며 등이며 팔다리를 잘 씻지 못한다며 때를 박박 밀어 주시는데, 마땅한 노릇이겠지만 어린이 힘하고 어른 힘이 다를 만합니다. 어머니 등판을 밀라치면 “너무 힘이 없어. 더 세게 밀어 봐.” 하시지요. 때를 밀기에 ‘때밀이’인데, 사람들은 자꾸 이 말이며 이 이름을 꺼립니다. 어느새 ‘세신사’라고 하는, 아주 일본스런 한자말을 끌어들입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세신’은 ‘씻다 + 몸’일 뿐입니다. 넋을 달래려 ‘넋씻이·씻김굿’을 하듯, 우리는 ‘몸씻이·씻김질’을 할 만합니다. 씻겨 주는 사람이라면 ‘씻김이’요, 이 일을 높이려 한다면 ‘씻김님·씻김빛’이라 할 만해요. 또는 ‘말끔이·말끔님’이나 ‘깔끔이·깔끔님’이라 할 수 있어요. “때밀이를 하는 집”을 ‘세신샵’이라 해야 멋스럽거나 높일 만할까요? ‘씻김집’이나 ‘깔끔집’이요, ‘말끔집’에 ‘말끔채’입니다. 몸에 깃든 때를 벗기듯, 생각과 말에 묻은 때를 찬찬히 벗겨 정갈히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씻김이 (씻기다 + ㅁ + 이) : 몸을 씻는 곳에서 때를 밀어주는 사람. (= 씻김님·씻김일꾼·때밀이·말끔이·말끔님·말끔일꾼·반짝이·반짝님·반짝일꾼·깔끔이·깔끔님·깨끗일꾼·깨끗이·깨끗님·깨끗일꾼. ← 세신洗身, 세신사洗身師)


씻김채 (씻기다 + ㅁ + 채) : 때를 벗기고서 깔끔하거나 말끔하거나 깨끗하게 씻는 곳. (= 씻김칸·씻김집·깔끔칸·깔끔집·깔끔채·때밀이칸·때밀이집·때밀이채·말끔칸·말끔집·말끔채. ← 세신샵洗身shop)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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