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5.20.

오늘말. 땅벼락



  어린이부터 알아듣도록 말을 가다듬자고 하면 “그래도 이런 한자말은 못 고칠 테지?” 하면서 자꾸 따지려는 분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짚자면 못 다듬을 낱말이란 없어요. 스스로 이모저모 살피면 바로 오늘 새길을 열기도 하지만, 열흘 뒤나 열 달 뒤나 열 해 뒤에 두루 품을 만한 낱말을 고루 길어올립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꽃보따리입니다. 꽃바구니랄까요. 꽃을 담으니 꽃구럭이듯, 스스로 새롭게 가꾸려는 마음이기에 “손수 꽃으로 이루는 꾸러미”로 나아가요. 안 된다는 잣대나 어렵다는 얼개를 들이밀면 스스로 못 해냅니다. “그래도 ‘지진’은 어려울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한테 묻지 마시고 아이들한테 어떻게 ‘지진’을 풀이해 줄는지 헤아려 봐요. 땅이 흔들리는 결이고, 땅이 울리는 결이잖아요? 그러면 ‘땅흔들’이나 ‘땅울림’이라 하면 되고, 수수하게 ‘흔들리다’나 ‘갈라지다’를 쓰지요. 땅이 벌어져서 무서울 만하니 ‘땅벼락’처럼 지을 만합니다.” 하고 얘기했습니다. 땅은 쩍쩍, 손뼉은 짝짝, 한쪽은 벼락, 한쪽은 우레입니다.


ㅅㄴㄹ


땅벼락·땅울림·땅떨림·땅흔들·떨다·떨리다·울리다·흔들다·흔들리다·갈라지다·벌어지다·쩍·쩍쩍 ← 지진(地震)


손뼉·손뼉치기·손뼉짓·손뼉질·손뼉물결·손뼉너울·손뼉바다·손뼉우레·큰손뼉·크게 손뼉치다·짝짝·짝짝짝 ← 박수, 갈채, 박수갈채, 기립박수, 하이파이브(high five), 브라보(bravo)


틀·틀거리·자·잣대·얼개·얼거리·꾸러미·구럭·보따리·바구니·함지·보기·가지·갈래·살피다·알아보다·따지다·죽·죽죽·줄줄이·하나하나·이모저모·여러모로·두루·고루·샅샅이·낱낱이·꼼꼼히 ← 체크리스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