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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어원사전
김무림 지음 / 지식과교양(지교) / 2020년 1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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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밑뿌리(어원)를 다룬 글이나 책이 너무 적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제대로 살핀 발자취부터 짧기 때문이지만, 우리말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 왔는가부터 제대로 안 살핀 탓이 훨씬 큽니다. 중국말이나 일본말은 중국말이나 일본말일 뿐, 우리말일 수 없습니다. 이따금 중국·일본·미국에서 받아들이는 들온말(외래어)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스스로 말을 짓고, 온몸으로 짓는 살림으로 물려주지요. 이 결을 헤아리며 말밑(어원)을 찾아야 비로소 우리말밑(우리말 어원)을 일궈요. 《국어 어원사전》은 ‘국어 어원’을 다룹니다. ‘국어 = 일본말’일 뿐, 우리말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이 책은 ‘가꾸목·고도리·구락부’에 ‘가스펠·고고·그리스도’에 ‘경기도·깐풍기·구랍·나침반’ 같은 낱말까지 자질구레하게 뭉뚱그립니다. ‘잡학사전’이에요. 게다가 ‘구두·곤두·간직·귀찮다·그냥·꾼·나중·조용·철·대수롭다·모습·무늬·모시·봉우리·붓·설·광주리·괴롭다’ 같은 우리말을 뜬금없이 한자가 말밑이라고 다루니, 참으로 엉성합니다. 말밑을 찾기 어려우면 무턱대고 한자에 꿰어맞추어서야 어찌 우리가 우리말을 알거나 쓰거나 편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가께소바·가께우동·가나·가라·가라오케·가마니·가방·가보·각광·곤색·고조·국판·궐련·간증·가사·가얏고·각본·각색·간도·간부·간석지·간자장면·간조·강원도·거동·거량·거사·건달바·겁·결코·경마·경상도·계·고구려·고답·과년·광복·구라파·금실·금자탑·기별·기쓰면·기어코·기우·나사·나왕·가톨릭·고딕·고무·굿바이·기독·껌·나일론·나치……’ 같은 바깥말(외국어)을 “국어 어원”이라는 틀에 묶었으니, 이 책은 참말로 “우리 낱말책”이 아닌 “일제강점기에 종살이를 하며 외워야 하던 국어사전”이 맞습니다.
《국어 어원사전》(김무림 글, 지식과교양, 2020.1.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나중’이며 ‘무늬’이며 ‘조용’에
한자를 억지스레 꿰어맞추고서
말밑을 찾았다고 밝히는 이야기를
대학교에서 가르친다니
젊은이는 뭘 배우려나.
우리말을 ‘꾸러미’로 엮어서 안 살피고
하나씩 따로 보려고만 하니
이렇게 ‘한문책’에 갇힌
생각이 꺾인 부스러기만 쏟아낸다.
‘나가다’는 뭘까.
‘물’은 어떻게 ‘묻’을까.
‘좋은’ 결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