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731 : 뒤섞인 가운데 새들이 날고 있다



무늬만 한글이도록 글을 쓰는 분이 늘어납니다. 보기글에는 한자말도 영어도 깃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보기글을 우리말씨라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뒤섞인 가운데”는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뒤섞입니다. 영어 ‘-ing’ 꼴을 일본에서 ‘中’으로 옮기던 말씨를 ‘가운데’로 바꾼들 우리말씨이지 않아요. “뒤섞이고”라고만 적을 노릇입니다. 꽃이 피거나 풀이 날 적에 우리말씨로는 “꽃들이 핀다”나 “풀들이 난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비가 올 적에 “빗방울들이 떨어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들’은 아무 데나 안 붙입니다. 또한 “날고 있다”가 아닌 “난다”나 “날아간다”나 “날아오른다”로 적어야 우리말씨예요. 씨앗을 흙에 묻을 적에 “씨앗들을 흙들에 묻는다”고 하지 않아요. “씨앗을 흙에 묻는다”라 합니다. 옷에 먼지가 묻을 적에 “옷에 먼지들이 묻는다”가 아닌 “옷에 먼지가 묻는다”라 해야 우리말씨입니다.



낮과 밤이 뒤섞인 가운데 새들이 날고 있다

→ 낮과 밤이 뒤섞이고 새가 난다

→ 낮밤이 뒤섞이고 새가 날아간다

→ 낮밤이 뒤섞인 채 새가 날아오른다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우미하라 준코/서혜영 옮김, 니케북스, 2018) 91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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