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2022.5.1.
사람노래 .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볼 수 있는 너는
눈을 떴구나
몸눈 마음눈 사랑눈
잎눈 꽃눈 겨울눈
느낄 수 있는 너는
속을 열었네
꿈속 마음속 생각속
풀속 흙속 바닷속
그릴 수 있는 너는
빛을 틔웠어
눈빛 마음빛 살림빛
숲빛 붓빛 하늘빛
풀벌레는 풀밭에 살아
벌나비는 꽃을 사랑해
풀꽃나무는 푸르게 우거지고
사람은 모두랑 어울리며 환해
1647년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낳은 어머니는 ‘아버지 마테우스 메리안이 나중에 얻은 가시내’였고, 아버지라는 사람이 죽자 그 집안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자리(신분)에 하잘것없는 살림에 아무것도 없는 몸으로 스스로 모든 삶을 일굽니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500마르크짜리 종이돈에 얼굴이 깃들었는데요, 이분이 조그마한 벌레 삶을 헤아리며 그림으로 남기던 때에는, “애벌레나 구더기들이 더러운 쓰레기에서 생겨난 악마”라고 여겼다지요. 마녀로 찍혀 죽을 수 있었고, 이분이 오래오래 지켜보며 빚어낸 책과 그림을 놓고 ‘거짓말’이라고 깎아내리는 터무니없는 말을 들으면서 쓴맛을 견디어내야 했답니다. 그러나 언제나 즐겁고 꿋꿋하며 사랑스레 온누리 벌레붙이를 사랑했고, 글하고 그림으로 벌레살이를 아로새겼습니다. 어마어마하다 싶은 가시밭길을 온몸으로 기꺼이 맞아들이면서 일흔 해를 살았다. 오늘날 풀벌레·풀꽃나무 그림틀을 제대로 세운 첫님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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