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5.13.

오늘말. 하늘지기


보는 대로 이름을 붙이고, 느끼는 대로 이름을 달아요. 한자를 아는 이들은 우리말 ‘기둥’을 ‘주상(柱狀)’으로 적더군요. 깎아지른 듯한 기둥이라면 우리말로 ‘깎은기둥’일 텐데, 한자말로는 ‘주상절리’입니다.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 가운데 ‘빙점’이 있어 오래도록 그러려니 생각했으나, 아이들이 “이 책이름은 무슨 뜻이야?” 하고 묻는 말에, “그러게. 책이름을 우리말로 안 옮기고 일본말을 그냥 두었구나.” 하고 깨닫고는 ‘얼음눈’하고 ‘어는눈’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가만가만 보면 글이름뿐 아니라 풀꽃나무 이름도 잿빛집(아파트) 이름도 비슷비슷한 결이에요. 저마다 좋다고 여기거나 멋있다고 보는 쪽으로 기울어요. 수수하고 쉬운 말이 오히려 커다란 줄 모른달까요. 투박하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말이 빛나는 으뜸꽃 같은 말인 줄 몰라요. 하늘을 살피고 날씨를 읽으려 하기에 하늘지기요 날씨지기입니다. 별빛을 살피고 별흐름을 헤아리는 일을 하니 별지기요 별빛지기예요. 아침저녁으로 밥때를 살펴 국을 끓입니다. 나란히 앉는 때가 있고, 저마다 누리고픈 밥짬에 맞추어 수저를 쥡니다. 오늘도 하늘은 구름밭에 별바다입니다.


ㅅㄴㄹ


깎은기둥·기둥벼랑 ← 주상절리


밥때·밥참·밥짬·밥틈·밥말미·끼니·때 ← 식사 시간


어는눈·어는눈금·어는때·얼음눈·얼음눈금·얼음때 ← 빙점


별살핌이·별지기·별빛지기·별빛지킴이·하늘살핌이·하늘지기 ← 천문학자(천문가·천체학자)


날씨살핌이·날씨지기·바람살핌이·바람지기·하늘살핌이·하늘지기 ← 기상학자


낫다·좋다·끝내주다·뛰어나다·그림같다·빼어나다·훌륭하다·멋있다·멋지다·우람하다·크다·커다랗다·꽃·으뜸·으뜸꽃·으뜸별·빛·빛나다·빛님 ← 우량(優良)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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