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 2022.5.10.
곁말 51 집사람
어릴 적부터 듣기에 거북한 말이 꽤 많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손님 앞에서 “우리 집사람이 …….” 하고 말할 적마다 “아버지, 어머니는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닌걸요? 어머니가 집살림을 꾸리려고 집밖일을 얼마나 많이 하시는데요?” 하고 따지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거북하거든요. 요새야 아이가 어버이한테 이렇게 따지기 쉽다지만, 지난날에는 아이가 ‘사내 어른’ 앞에서 대꾸를 하거나 먼저 말하면 호되게 얻어맞고 꾸중을 들었습니다. 한또래로 자라는 마을순이도 밖이며 골목이며 배움터에서는 신나게 재잘재잘하지만 다들 집에만 가면 벙어리로 바뀌어요. 동무네에 놀러갔다가 “야, 너 이렇게 얌전한 아이였어? 집에서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네?” 했더니 옆구리를 힘껏 찌르더군요. 우두머리가 서며 사람들을 사슬에 가둘 적에는 입을 가리고 목을 죕니다. 우쭐사내(상남자)만 말을 늘어놓고 나머지는 고분고분 듣도록 하지요. 우리는 아직 어깨동무하는 살림하고 먼 터라, 우리가 쓰는 말부터 하나씩 제자리를 잡도록 추스를 일이라고 느껴요. 이 가운데 ‘집사람’은 “집을 이루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써야 맞다고 느낍니다.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닌, 집을 이루는 사람이기에 집사람인걸요.
집안사람 (집 + 안 + 사람) : 집에서 함께 살림을 하면서 사랑으로 맺어 살아가는 사람. 낳은 사이가 아닌 품은 사이에도, 같은 집에서 함께 살림을 하면서 사랑으로 맺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집안사람’을 줄여 ‘집사람’일 텐데, 일본말 ‘내자(內子)’를 엉성히 옮긴 뜻으로 ‘집사람(또는 아내)’을 쓴다면 알맞지 않다. 순이(가시내)는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고, 돌이(사내)하고 한집을 이루면서 함께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마주하기 때문이다. (= 집사람. ← 혈연, 혈통, 친척, 일족, 친족, 가족, 부양가족, 식구, 구성, 구성원, 성원成員)
ㅅㄴㄹ
한창 《곁말》 글손질을 하다가
문득 이 글을 썼다.
4쪽을 새로 채워야 하는데
이 글을 《곁말》에 보탤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본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