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7.


《나와 태양의 배》

 나카반 글·그림/이은주 옮김, 봄볕, 2021.12.7.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맞는다.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아주 많이 떨군다. 감나무나 고욤나무가 꽃송이를 그토록 많이 떨구는데,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엄청나게 떨군다. “이렇게 많이 떨구어도 되나?” 하고 고개를 들어 후박나무를 살피면, 떨군 꽃망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운다. 읍내 우체국으로 큰꾸러미를 부치러 간다. 5월에 포항에서 펼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에 쓸 노래꽃판이다. 판 하나는 가벼우나 서른을 모으니 묵직하다. 땀빼지 말자 싶어 느긋이 나간다. 천천히 걸으며 볕을 쬔다. 생각보다 일을 일찍 마친다. 어린이쉼터로 걸어간다. 나무 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뻗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고서 《나와 태양의 배》를 가만히 되새긴다. 그림님이 어린 날 겪은 삶을 돌아보면서 오늘날 어른들이 아이 마음빛을 고요히 품어 주기를 바라는 뜻을 들려주는구나 싶다. 그런데 왜 나들배(여객선)를 그렸을까. ‘태양의 배’처럼 ‘해’란 우리말을 안 쓰고 ‘태양의’처럼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 대목도 아쉽다. 온누리로 보면 해도 별이다. 스스로 빛나는 별처럼 모든 아이어른은 스스로 빛나는 별을 품은 숨결이다. 펴낸곳이 ‘봄볕’인데 ‘빛볕살’로 잇는 해를 조금 더 헤아려 보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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