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5.8.
숨은책 691
《개역 셩경》
허엽 옮김
셩셔공회
1938./1939.
우리글이 없던 무렵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던 삶책이 있고, 중국글을 빌려서 적은 책이 있고, 일본글을 담은 책이 있고, 일본글·중국글 너울에 끼었어도 한글이란 이름을 새로 얻어 비로소 선보인 책이 있어요. 나라지기는 여느 사람이 읽을 책을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집어삼킨 뒤에도 살피지 않았어요. 일본은 조선총독부를 세워 ‘한겨레를 잡아먹을 뜻을 담아 한글책에 조선어사전까지 엮어냈’지만, 정작 이 나라 우두머리는 팔짱이었습니다. 이 틈바구니에서 ‘하느님 말씀’을 퍼뜨리려고 먼나라에서 찾아온 이들이 《한영자전》에 《조선어 첫걸음》을 일찌감치 냈고 《개역 셩경》(改譯 聖經)까지 냅니다. “구약 셩경”하고 “신약 셩경”을 앞뒤로 담는데, “The Holy Bible in Korea”라는 이 책은 ‘The British and Foreign Bible Society, London’이라 적힌 글월로 보건대 영국에서 찍어서 들여왔지 싶어요. 거룩책(성경)을 우리말로 옮긴 사람은 허엽(許曄/토마스 홉스Thomas Hobbs)이라는 분이고, 1880년에 태어나 1910년에 이 땅에 발을 디디고서 1941년에 조선총독부가 쫓아낼 때까지 온사랑을 바쳤다지요. 그런데 우리글 거룩책을 처음 옮긴 분 끝삶을 우리 스스로 제대로 모르니 더욱 딱한 노릇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