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메의 가위 3 - 완결
마츠모토 스이세이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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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5.8.

책으로 삶읽기 747


《츠바메의 가위 3》

 마츠모토 스이세이

 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1.30.



“토리 이발소는 솜씨가 좋으면서 마음이 편한 곳이잖아? 그런 서민적인 부분이 좋은 거야. 고급 이발사 따윈 되지 말아라, 츠바메.” (13쪽)


“저기, 그건 뭘 위한 교양이죠? 손님이 놀고 싶다는데, 협조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81쪽)


“여자 주제에 분에 넘친다는 건가요?” “이제 그런 건 낡았다는 뜻이죠. 은근 통쾌하지 않나요? 당신도 좀더 기뻐하세요. 실력을 인정받은 거니까.” (113쪽)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이발소도 동네엔 꼭 필요하잖아요.” (183쪽)



《츠바메의 가위 3》(마츠모토 스이세이/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은 머리집(이발소)에서 가위질에만 마음을 기울이는 츠바메가 아버지하고 작고 조용하게 머리깎기를 하는 살림을 그린다. 모두 석걸음으로 단출히 매듭을 짓는데, 그림꽃님 붓끝이 꽤 춤춘다. 아직 그림결이 탄탄히 서지 않은 채 그리느라 고작 석걸음 사이에도 그림이 뒤죽박죽이랄까. 우리로 치면 총칼수렁(식민지)이던 무렵이니 언뜻 ‘배부른 이야기’로 여길 수 있고, ‘뜬구름잡는 먼나라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멋차림 꾸밈집’이 아닌 ‘마을 한켠 작은 머리집’에서 스스로 가위질을 가다듬는 아가씨가 ‘사내만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틀을 보기좋게 깨뜨리고서 활짝 웃는 삶길로 바라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쇼와 시대(1932년) 가위순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길을 돋보이도록 그리느라 그림결이 아직 엉망이요 붓에 너무 힘을 주었으며, 그무렵 일본도 수수한 사람들 살림은 벅차게 마련이었으나 이 대목은 슬그머니 흘려버리고서 ‘뭔가 눈부셔 보이던 아득한 지난날’을 그렸다고 할 만하다. 이를테면,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멋부리려고 다듬는 머리카락 곁에, 머리집은 엄두를 낼 틈이 없이 집에서 투박하게 머리를 깎는 사람들 모습을 나란히 그려 보았다면, 또는 가난살림 사람들이 머리집을 찾아간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대목을 함께 그렸다면, 조금 더 볼만하거나 이야기를 끌어낼 만했다고 느낀다. 13쪽에 나오듯 “서민 이발소인 토리 이발소”라지만, ‘무엇이 서민스러운지’를 석걸음에 걸쳐 거의 못 그렸단 뜻이다. 끝자락에 ‘설맞이 길거리 머리손질’이 살짝 나오지만, 그야말로 살짝이다. 그래도 더 생각해 볼 수 있으니, ‘머리집 가위순이 가위돌이’를 그림감으로 삼을 만큼, 그림꽃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를 넓고 깊이 볼 줄 아는 이웃나라요, 우리로서는 참 까마득한 길이다.


ㅅㄴㄹ


#松本水星 #燕のはさみ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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