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5.4.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4 헌책



  대구에서 2022년 5월부터 새롭게 여는 마을책집 한 곳은 바깥기둥에 김수영 노래책(시집)을 붙입니다. 제법 값나가는 ‘헌책’을 누구나 바라볼 수 있도록 붙이셨더군요. 이 책은 사람들 눈길을 이따금 받고 햇빛도 받으면서, 천천히 바래리라 봅니다. ‘헌책’을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새책집에서 장만한 모든 책은 곧바로 헌책입니다. 책숲(도서관)이 품은 모든 책은 여러 사람 손길을 타니 언제나 헌책입니다. 우리가 집에 들인 책은 다 헌책입니다. 새것으로 사건 헌것으로 사건 모두 헌책입니다. “헌책 = 만진 책”이란 바탕뜻이요, “헌책 = 손길을 탄 책”이란 다음뜻이며, “헌책 = 읽힌 책”이란 속뜻입니다. 겉이 바래거나 속종이가 누런 헌책을 집어들어 넘겨 본다면, 이때부터 ‘책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바뀝니다. 보시겠어요? 허름한 책이건 갓 새책집에 놓인 책이건 ‘줄거리·알맹이·이야기’가 똑같습니다. 겉모습 탓에 줄거리가 휘둘릴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속읽기’를 하려고 책을 쥡니다. 글쓴이나 펴냄터 이름값을 잊어버리고서 오직 ‘속살’을 바라볼 적에 슬기롭게 책을 받아들입니다. 손길을 타면 헌책은 새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땅에서 거듭나는 책은 하늘빛을 품으니 “헌책 = 하늘책”이란 참뜻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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