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4.
《시리미로의 집》
고미랑 글·그림, 고미랑, 2018.
찌뿌둥한 하늘이지만, 비는 더 뿌리지 않는다. 이제 시원히 뿌리고서 멎는구나 싶다. 하늘도 땅도 먼지를 씻어낸 기운이 맑게 흐른다. 이 맑은 하늘에 풀죽임물이나 붕붕질을 멈추면 참으로 아름답겠지. 하늘이 트이면 부릉이를 내려놓고서 걸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맑게 흐르는 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걸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자전거를 달렸다. 집으로 돌아와 다리를 쉬었다. 어디에 숨었나 하고 노래책(시집)을 하나 찾다가 아주 가까운 곳에 쌓아 두고서 못 본 줄 깨닫는다. 《시리미로의 집》을 보았다. 단출하게 엮어내면서 집 한 채하고 얽힌 살림길을 부드러이 펼친다. 조금 허전한 듯싶으나 이만큼으로 나쁘지 않다. 이야기를 더 붙여도 나았을 텐데, 글을 쓰고 그림을 담은 분이 더 느긋하게 삶자리를 헤아렸으면 조금 넉넉히 추슬렀겠지. 집은 틀림없이 자고 쉬는 곳이다. ‘자고 쉬고’로 집을 바라보면 너무 좁은눈 아니냐고도 하지만, ‘잠·쉼’이란 우리 삶에서 매우 큰자리이다. 안 자고 안 쉬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 제대로 자고 쉬도록 가꾸는 데이니까 집이지. 누워서 땅바닥을 느끼고, 보꾹(천장)을 바라보는 얼굴은 지붕 너머 별을 그릴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우리 보금자리’라고 여길 만하다. 곁에서 개구리가 노래하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