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25.

곁말 48 작은숲이



  저는 ‘작은아이’로 태어났고 내내 ‘작은아이’란 이름을 들었습니다. 마흔 살이 넘어도 ‘작은아이’란 이름이니, 여든 살이나 이백 살이 넘어도 똑같이 ‘작은아이’일 테지요. ‘작다’란 이름은 때때로 놀림말로 바뀝니다. 놀림말을 듣고서 골을 내면 “거 봐. 넌 몸뿐 아니라 마음도 작으니까 골을 내지!” 해요. 놀리려는 사람은 제가 무엇을 해도 늘 놀리더군요. 스무 살을 넘어 만난 어느 동무는 ‘작은이’란 이름을 자랑처럼 씁니다. 동무는 ‘시민·서민·소시민·민중·백성’ 같은 뜻으로 ‘작은이’를 쓰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아, 이름은 같아도 마음에 따라 다르구나!” 하고 비로소 느끼고는 ‘작은아이’로 태어난 뜻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숲에서 숲빛을 밝히며 숲아이를 보살피거나 아끼는 숨결은 하나같이 ‘작’아요. 이른바 한자말 ‘요정·정령’으로 가리키는 빛님은 자그맣습니다. 숲을 사랑으로 돌볼 줄 아는 작은 님이라면 ‘작은숲님’일 테지요. 숲에 사는 작은님이란 뜻으로 ‘숲작은님’이라 할 만하고요. 제가 스스로 님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멋쩍으니, 저로서는 ‘작은숲이’로 살림을 하고 싶습니다. ‘숲작은이’란 마음이요 몸짓으로 하루를 그리려 해요. 자그맣고 푸르게 꿈을 키웁니다.


작은숲이 (작다 + 숲 + 이) : 숲에서 살아가며 숲을 아끼거나 돌보거나 살피는 자그마한 숨결. 모든 숨결이 태어나거나 비롯하는 숲이라는 터전에서 지내면서, 이 숲을 푸르게 아끼거나 돌보거나 살피면서 맑고 밝게 삶을 짓고 가꾸는 숨결. (= 숲작은이. ← 요정, 정령)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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