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1.
《쿠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글·오쓰카 이치오 그림/고향옥 옮김, 베틀북, 2022.3.15.
비가 올 듯 말 듯하다. 오늘은 큰아이랑 모과꽃송이를 훑는다. 우리 손에는 모과꽃내음이 물씬 밴다. 봄볕을 누리면서 꽃내음을 실컷 머금는다. 텃노랑민들레 동글씨를 둘 훑는다. 시골들을 가르는 제비를 보고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온다. 읍내를 거닐 적에도 제비를 살핀다. 우리처럼 제비를 눈여겨보며 걷는다든지, 제비가 둥지에 깃들거나 전깃줄에 앉아서 노래할 적에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 이웃이 틀림없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쿠나》를 읽었다. 겉에 “세계적인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그림책!”이라는 글씨를 굵게 붙인다. 잘 팔리기를 바라며 붙은 알림글이기는 하지만 창피하지 않을까? 안 창피하니까 이렇게 내세우겠지? ‘세계적인 명장’은 뭘까? 온누리에 이름을 드날리지 않으면 안 될까? 옮김말에서 “걷고 있는데·떨어져 있었어·걸려 있지 뭐야”처럼 끝없이 “-고 있다”란 일본옮김말씨가 거슬린다. “걷는데·떨어졌어·걸렸지 뭐야”가 우리말씨이다. 일본 이웃님은 이 그림책에서 ‘난쟁이’로 옮긴 대목이 아쉽다고 했다. 맞다. ‘쿠나’는 ‘난쟁이’가 아닌 ‘작은이’인걸. ‘작은숲이’처럼 이름을 새로 붙여도 어울리겠지. 숲 이야기를 그리거나 옮기려면 숲말을 쓸 노릇이다.
#是枝裕和 #大塚いちお #クーナ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