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24.
숨은책 648
《月刊 횃불 1호》
조풍연 엮음
소년한국일보
1969.1.1.
콩나물시루 배움칸(교실)에 가둬 두들겨패서 길들인 얼거리가 오래 흐른 우리나라인데, 이제 큰고장 몇 곳을 빼고는 아이가 확 줄어 사라질 판입니다. 살기에 나빠 아이를 더 안 낳는달 만하고, 아이한테 물려줄 아름나라가 아니라고 여겨 순이돌이가 참사랑길을 밝히는 살림길하고 등진다고 할 만해요. 《月刊 횃불 1호》는 “敎壇人과 知性人의 벗”이란 이름을 내걸었습니다. 앞자락에 떡하니 나온 ‘콩나물시루 배움터’ 모습을 보면서 이 달책(잡지)이 1960∼70년대를 가로지르는 속낯을 짚고 횃불처럼 앞길을 밝히며 새빛을 들려주려나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이 책에 실은 글은 안 밝아 보여요. ‘술 마시기 앞서 먹는 약’이며 ‘옷벗기기 영화’ 알림그림(광고)을 곳곳에 집어넣고, 사이사이 넣은 ‘만화’는 추근질(성추행)이거나, 뒷돈(촌지) 받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기까지 합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넘쳐서(?) 제대로 못 가르쳤을까요? 아니겠지요.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적어서 제대로 안 가르칠까요? 아니라고 느껴요. 지난날보다 오늘날 사람(인구)이 훨씬 많습니다만, 더 빽빽히 서울(도시)에 몰린 채 숲을 등진 길로 치닫기에 배움빛을 잊어요. 스스로 짓고 스스럼없이 나누는 마음을 잃으니 아이가 떠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