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24.

숨은책 653


《英語の實力》

 宮田峯一 엮음

 弘道閣

 1938.10.5.첫/1939.8.15.18벌



  알고 싶기에 한 걸음씩 다가갑니다. 알아가기에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알아차리기에 문득 고개를 숙이고서 마음으로 익히려 합니다. 차근차근 볕살을 머금는 열매는 천천히 무르익습니다. 하루아침에 다 익는 열매는 없어요. 이제 되었으리라 싶어도 볕살을 더 머금으면서 비로소 빛날 즈음 뽀로롱 멧새가 찾아와서 콕콕 쫍니다. 《英語の實力》은 일본사람이 엮어 일본사람한테 들려주는 영어 이야기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이 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을 오늘날까지 널리 씁니다. 우리 스스로 ‘영어 익힘길’을 살피지 않은 탓에, 일본사람이 닦은 길을 쉽게 베끼거나 옮기거나 훔친 나날이 깁니다. 길잡이책(입문서)도 배움책(교과서)도 낱말책(사전)도 몽땅 일본 것을 따온 민낯을 《英語の實力》을 더듬더듬 펴면서 헤아립니다. ‘練習問題’를 보다가, 책끝에 붙은 ‘質問卷’을 넘기다가, 겉을 싼 다른 종이가 궁금합니다. 날아간 겉종이를 갈음한 흰종이를 벗기니, 이 흰종이는 ‘신체검사표’입니다. 이 책을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뒤에도 알뜰살뜰 읽은 분은 길잡이(교사)로 일했는지 모릅니다. ‘듣는힘·숨쉬는양·쥐는힘·나르기’ 같은 말씨가 반갑습니다. ‘싯쿠 반응’이란 뭘까요? ‘42○○년’으로 적었기에 4280년대 종이일 테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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