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7.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
김희진 엮음, 여해와함께, 2021.12.20.
전주 한옥마을에서 맞이한 새벽 두 시. 조용히 글을 갈무리한다. 네 시부터 소낙비가 듣는다. 빗소리가 상큼하다. 새벽 다섯 시에 이르니 빗소리가 걷힌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꿈누리를 노닌다. 아침에 골목을 걸어 〈일신서점〉을 찾아간다. 그렇지만 11시에 맞추려고 곧장 택시를 타고 〈잘 익은 언어들〉로 달린다. 오늘 이곳 책집지기님한테서 듣는 이야기부터 ‘책숲이 말숲’이란 이름으로 살림수다를 담으려고 생각한다. 왜 전주 마을책집부터 살림수다를 담느냐 하면, 예전부터 전주·청주·진주 세 곳이 우리나라에서 빛나는 마을책집살림을 이루는 고장이라고 느꼈는데, 세 고장 가운데 전주가 가장 씩씩하다고 느낀다. 그제어제오늘 여러 일을 마치고서 칙폭이를 타자 작은아이가 바로 곯아떨어진다. 고마워. 사랑해.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을 읽는다. 뜻은 안 나쁘지만 “도망치는 숲”이란 이름부터 걸린다. 숲이 달아나다니, 말이 되나? 사람이 숲한테서 달아나는 꼴 아닐까? 사람이 숲을 잊고 잃으면서 짓밟는 민낯 아닐까? 무엇보다 이 책은 ‘말이 매우 어렵’다. “바람과 물”이란 이름에 ‘숲’까지 붙이지만, 정작 바람말도 물말도 숲말도 아닐 뿐더러, 아이말도 어른말도 아니다. 그저 서울말에 먹물말에 갇혔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