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7.
숨은책 660
《바로보는 우리 역사 2》
구로역사연구소 엮음
거름
1990.2.20.
열네 살부터 다니던 푸른배움터에서 가르치는 우리 발자취(역사)는 그리 미더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 우두머리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우두머리 이름에다가, 우두머리가 무슨 길(정책)을 폈는지 외워야 했습니다. 열일곱 살에 디딘 배움터에서도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런데 1991∼93년에 만난 길잡이(교사)는 이따금 ‘배움책(교과서)에 없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을 넌지시 알려주되 “학교에 가져와서 읽지는 마” 하고 덧붙였습니다. ‘바보사’라고도 하는 《바로보는 우리 역사》하고 ‘다현사’라고도 하는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이따금 챙겨 와서 동무하고 돌려읽었습니다. 그무렵에는 “왜 배움책에는 이런 얘기를 안 다루지요?” 하고 물었는데, 어느덧 아이를 낳아 시골로 옮겨 살아가는 동안 ‘바보사·다현사’도 똑같은 얼개였다고 느낍니다. ‘바보사’ 두걸음은 ‘침략자와 매국노·해방과 분단·이승만 정권·박정희 독재·경제개발 민낯·광주민중항쟁’ 같은 꼭지를 다룹니다. ‘다현사’도 비슷합니다. 배움책은 ‘우두머리 치켜세우기’로 쏠렸다면, 이에 맞서려는 책은 ‘우두머리 뒷낯을 드러내어 나무라기’로 몰립니다. 두 갈래 책 모두 ‘여느 순이돌이 삶·살림·사랑’은 발자취로 담아내지 않아요. 다툼(정치권력)에 갇혀, 살림(생활사)을 안 쳐다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