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1.

숨은책 656


《삼별초의 넋》

 문선희 글

 제은경출판사

 1978.10.1.



  박정희 얼굴하고 말씀(훈시)부터 첫머리에 넣은 《삼별초의 넋》은 ‘제주시 이도1동 1254의 7’에 있던 ‘제은경출판사’에서 내놓습니다. 삼별초·몽고·고려하고 얽힌 실타래를 줄거리로 삼지만, 총칼로 나라를 억누른 박정희를 우러르는 뜻이 한결 깊어요. 썩은 벼슬아치를 몰아내고 싶은 사람들 마음이 아닌 ‘군국주의’에 이바지하느라 뒤틀렸달까요. “당시 제주에는 의식주에 대하여 대단히 미개하였으며 중앙지와 절도로 떨어져 있으므로 새로운 문화를 수입하는데는 많은 세월이 걸렸음은 물론일 것이다 … 이처럼 제주도에는 언어문화는 물론 갖가지 개경 문물을 직접 수입하는 계기가 되고 면을 짜서 의복을 지어 입을 수가 있었을 것이며 또한 개경의 문교 제도를 보급받아 자녀 교육 및 예의범절을 지키게 하므로 문화사회를 이룩하는 데도 큰 공헌을 하였을 것이다.(113, 114쪽)” 같은 글자락은 몹시 창피합니다. ‘미개’한 제주에 우두머리가 ‘예의범절·서울문물·서울언어’에 흙짓기(농사법)를 펼쳐 주었다는 듯이 그린다면,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집어삼키던 때에 조선총독부가 읊던 말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총칼 앞잡이뿐 아니라 허수아비로 선 이들은 삼별초 넋을 외치면서 ‘4·3떼죽임짓(학살)’은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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