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8.
곁말 43 윤슬
서울에 바깥일이 있어 나들이한 어느 날 체부동 〈서촌 그 책방〉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날 책집지기님한테서 ‘윤슬’이란 낱말을 새삼스레 들었습니다. 느낌도 뜻도 곱다면서 무척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진작부터 이 낱말을 듣기는 했으나 잊고 살았는데, 이튿날 천호동 마을책집을 찾아가려고 골목을 헤매다가 ‘윤슬’이란 이름을 붙인 찻집 앞을 지나갔어요. 사람이름으로도 가게이름으로도 조곤조곤 퍼지는 ‘윤슬’이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뒤적이면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달빛’이란 ‘없는 빛’입니다. 햇빛이 달에 비추어 생길 뿐이니 ‘달빛’이란 ‘튕긴 햇빛·비친 햇빛’입니다. 곰곰이 ‘윤슬’을 생각해 보는데, 이 낱말이 어떻게 태어났거나 말밑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때에 여러 우리말결을 나란히 놓으면 실마리를 어렵잖이 찾을 만합니다. 먼저 ‘유난’이 있고, ‘유들유들·야들야들’에 ‘여릿·여리다’로 잇는 말씨가 있고, ‘구슬·이슬’에 ‘슬기·스스로’ 같은 낱말이 있어요. 해나 별이 비출 적에 작고 가벼이 일렁이는 물이 빛을 받아들여 남다르게(유난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본 옛사람이, 어우러지는 빛물결에 이름 하나 붙였겠지요.
윤슬 : 햇빛·별빛을 받아서 유난히 반짝이는 작고 가벼운 물결.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