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3.
《청각장애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
그레고리 마이외·오드레 레비트르 글·그림/김현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19.9.23.
고흥에는 두어 달 만에 비다운 비가 내린다. 바람도 시원스레 분다. 온통 촉촉하게 적시고 땅빛이 바뀐다. 처음 고흥에 깃들던 무렵만 해도 다른 고장에 먼지구름이 끼어도 고흥만큼은 없더니, 이제는 고흥도 다른 고장처럼 똑같이 먼지구름이 낀다. 나날이 시골숲이 밀리거나 깎이면서 햇볕판(태양광)으로 뒤덮이고, 흙도랑을 잿빛도랑(시멘트도랑)으로 바꾸어 놓으니, 더구나 밭마다 비닐을 가득 덮고,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뿌린 비닐자루를 아무 데서나 태우거나 그냥 버리니, 시골이 갈수록 망가질 테지. “귀가 어둡다”란 이름으로 나온 책을 《청각장애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으로 옮겼는데, 책이름이 너무 길고, 가르침(교훈)을 어렵게 담으려 한다고 느낀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다들 아이를 배움터(학교)에 꼭 집어넣으려 하면서 끝없이 싸운다. 배움터에 애써 보내어도 동무를 사귀지 못하고 따돌림에 괴로운 아이들인데, 끝까지 배움터만 바라보면서 믿으려고 한다면, 아이는 어떻게 이 터전에서 살아갈까? 허울만 좋은 ‘모둠(통합)’이다. ‘장애인 통행권’을 자꾸 땅밑길(지하철)에서만 외치려 하는데, ‘여느 거님길’부터 엉망이다. 걸어다닐 수 없는 거님길부터 다스릴 줄 안다면 땅밑길은 저절로 바뀌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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