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곁말 2022.3.24.
곁말 40 우리말꽃
‘우리’를 소리내기 참 힘들었습니다. 혀짤배기에 말더듬이인 몸을 어떻게 다스리거나 돌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어른이나 동무도 없는 터라, 말을 않거나 짧게 끊기 일쑤였습니다. 소리내기 힘든 말은 안 하려 했습니다. 열여덟 살로 접어들 즈음 우리 아버지는 새집으로 옮겼고, 여태 어울리던 동무랑 이웃하고 모두 먼 낯선 데에서 푸른배움터를 다녀야 했는데, 논밭하고 동산을 밀어내어 잿빛집(아파트)만 한창 올려세우려는 그곳은 스산하고 길에 사람이 없다시피 했어요. 이때부터 혼자 한나절씩 걸으며 목청껏 소리내기를 했어요. 꼬이거나 씹히는 말소리를 천천히 외치며 또박또박 말하려 했어요. 스무 살부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새벽에 큰소리로 노래하며 말소리를 가다듬었어요. 양구 멧골에서 싸울아비(군인)로 이태 남짓 지내며 혼자 멧길을 한나절을 오르내리는 나름이(전령)를 하는 길에는 숲길을 가르며 큰소리로 말결을 추슬렀어요. 서른세 살에 큰아이를 낳고서 자장노래를 날마다 끝없이 불러 주었는데, 아직 모든 소리를 따박따박 내지는 못 하나 조금은 들어줄 만하게 다듬었으려나 싶습니다. 말을 더듬어 놀림받았기에 ‘우리말꽃’을 짓는 길을 걸었나 싶습니다. 꽃노래로 나눌 말을 누구나 품기를 바라면서.
우리말꽃 (우리 + 말 + 꽃) : 우리가 쓰는 말을 차곡차곡 모아서 엮은 꾸러미.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말을 하나하나 돌보고 가꾸고 북돋아서 나누려는 마음으로 뜻풀이·보기글·쓰임새·결·밑뿌리를 고루 짚으면서 엮은 꾸러미. 우리가 예부터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쓴 말을 발자취와 흐름과 숨결을 고루 헤아리면서 엮은 꾸러미.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짓고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나누고 하루하루 즐겁게 일군 말을 누구나 쉽고 즐겁고 슬기롭고 아름답고 사랑스레 쓰도록 돌아보거나 익히도록 이끄는 꾸러미. 우리 스스로 생각해서 쓰는 말을 알뜰히 담아서 엮은 꾸러미. 우리 나름대로 삶을 가꾸고 지으면서 나란히 가꾸고 지어서 쓰는 말을 알아보고 익히도록 엮은 꾸러미. (←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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