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 찻길을 달리더라도, 길가에 함부로 대놓은 차와 부대낄 수밖에 없다)

 

4/26 - 서울에서 인천으로 46번 국도


- 어제 홍제동 산동네 비탈길을 올라가는데 길바닥 두 군데가 길쭉하게 꺼져서 쿵 하고 두 번 찧었다. 불빛 없는 어두운 데라서 깜짝 놀랐는데 넘어지지는 않았다. 뭘 하기에 길을 저렇게 파 놓았을까 싶었다. 낮에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을 나서며 비로소 무엇인가 알다. 여기 비탈길 접어들기 바로 앞서 너른 자리에 홍제3동 사무소를 새로 지었는데, 동사무소 앞 아스팔트를 새로 깔면서, 헌 아스팔트를 파내려고 미리 파 놓았던 것.

 개새끼들! 욕이 절로 나온다. 동사무소 건물 짓는다며 떠들썩거리기 앞서까지는 길이 엉망이어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아니, 동사무소가 새로 들어선다고 해도 아스팔트를 굳이 새로 깔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은 편인데. 패인 곳 한두 군데만 때우면 되는데. 오늘은 새 아스팔트 깐다고 길을 다 막아서고 난리법석. 돌아가는 길도 없는 외통수인데 하염없이 길을 막고 있다. 허 참. 그러면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지나가라고? 지나갈 길 하나 마련하지 않고, 거기다가 알림판 하나 세워 놓지 않고, 더구나 이런 공사를 한다고 미리 알리지도 않고. 이 공무원 년놈들 나라밥 처먹고 한다는 짓거리가 이 따위인가.

- 아스팔트 까는 길을 아슬아슬 지나오는 동안 까만 찌끄러기 돌이 바퀴에 잔뜩 달라붙다. 바퀴 안 녹나 모르겠네.

- 찻길을 달리며 내 뒤나 앞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자기 줄로 가지런히 안 달리는 자동차가 으레 있다. 이웃 줄과 자기 줄에 엉성하게 걸쳐서 두 줄을 차지하며 달린달까. 이렇게 달리는 자동차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나 다른 자동차한테 짜증스러운 경적 울리기를 하곤 한다. 자기들 달리는 모양새는 생각도 않고.

- 무어 그리 갈 길이 바빠서 들쑥날쑥 줄을 바꾸어 가며 앞지르기를 하실까. 무어 그리 빨리 가야 해서 그렇게 경적질을 하며 앞지르기를 하실까. 문득, 자동차 경적은 자전거한테만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끼리도 참 많이 한다고 느끼다.

- 네거리 신호가 바뀔 듯하면, 페달질을 더 빨리 밟지 않는다. 멀찍이 200∼300미터쯤 앞에서 신호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헤어 본다. 넉넉히 건널 만하지 않다면, 아슬아슬하므로 빠르기를 조금 늦춘다. 이렇게 하면 목적지에 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할 수 있지만, 시내에서는 어차피 신호에 자주 걸리는 터. 이렇게 해도 달리는 시간은 그다지 안 벌어지지 싶다.

- 양화다리로 가는 길. 합정동 버스정류장 앞에 버젓이 서 있는 자가용 한 대와 짐차 한 대. 여기에다가 새로 멈추어 서는 작은 자가용 한 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한테 미안하지 않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들한테 한 마디 할 생각은 없는가. 이런 차는 사진으로 찍어서 고발해야 하지 않을까.

 버스정류장에 멈추는 버스들은 정류장을 턱 막고 서 있는 자동차한테 빵빵거리지 않는다. 그냥 그 옆에 대충 버스를 세우고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타고내리도록 할 뿐이다. 그러면서 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한테는 빵빵거린다. 괘씸한 것들. ‘동업자’ 정신인가?

- 양화다리 건너고 대림동 지날 무렵부터 자동차가 줄다. 한숨을 놓다.

- 송내까지 다른 탈 없이 차분하게 달리다. 몇몇 버스하고는 사이좋게 달리다. 네거리 신호가 바뀔 때 자전거를 옆으로 빼서 버스가 먼저 지나가도록 하니, 버스가 정류장에 멈출 때 자전거 지나갈 틈을 조금 넓게 마련해 준다. 서로서로 이렇게 해 주면 더 홀가분하고 즐겁게 자전거나 자동차를 몰 수 있겠지.

 그런데, 송내에서 거침없이 막 달리는 아저씨 한 분 보다. 네거리 신호가 막 바뀌어 건너가는데 불쑥 내 왼쪽으로 튀어나와 앞지르려는 아저씨. 아마 뒤에서 줄곧 달려오신 듯. 내 자전거가 슬슬 탄력을 받아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즈음, 뒤에서 버스가 큰소리로 울리는 빠앙 빵. 깜짝 놀라다. 저 버스는 몇 초만 기다려 주면 될 터인데, 또는 옆으로 살짝 비껴 가면 될 텐데.

 거침없는 아저씨 자전거는 네거리 신호가 빨간불이건 푸른불이건 따지지 않고 그냥 건넌다. 너비 이십 미터가 넘어 보이는 넓은 네거리도 그냥 달린다. 아저씨는 목숨을 내놓고 달리시는가. 그래, 아저씨 한 분이 그렇게 목숨 내놓으시는 건 당신 뜻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아저씨 덕분(?)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거나 먼길을 오가는 사람이 똑같이 욕을 받아먹고 있습니다.

- 오류동부터였을까. 거의 부평에 다다를 때까지 88번 버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다. 나는 버스한테, 버스는 나한테 마음을 쓰면서 달리다. 내가 버스정류장 앞을 지날 때면 외려 버스가 빠르기를 늦추며 나보고 얼른 지나가라고 해 준다. 그 다음에는 내가 길섶에 바싹 붙어 자전거를 세우며 버스보고 먼저 가라고 한다. 따로 손을 흔들어 주지는 못했지만, 또 저 버스기사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마음좋은 사람을 만났다. 혼자 달리는 이 길이 88번 버스 한 대로 외롭지 않았다.

- 달리다가 페달질이 좀 이상하다 싶어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피니, 체인에 무언가 끼었다. 길가에 자전거를 세운다. 체인을 살살 돌려 본다. 누군가 길에 버린 휴지가 체인에 감겼군.

- 간석오거리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빠졌는데, 엉뚱한 데로 길이 이어진다. 그대로 가야 했군. 백운역을 고가도로 위로 지나갔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골똘히 생각하다. 인천 시내 달려 본 일이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길이 아직 잘 안 잡힌다. 자칫 엉뚱한 데로 빠질 수 있다. 표지판을 보며 다시 생각해 보자. 음. 아무래도 동암역을 가리키는 길로 가야 할 듯.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니 낯익은 길. 석바위 쪽 알림판과 동암역 알림판으로 나뉘어지다. 석바위 쪽으로 가다. 주안역 알리는 알림판 나오다. 조금 달리다 보니 고가도로 하나. 아차차. 이걸 타야 했나? 알쏭달쏭. 길을 거슬러 고가도로를 넘다. 넘으면서 보니 고가도로 밑 오른쪽 길은 ‘인천대학교’ 가는 길이란다. 어, 저쪽으로 그냥 갔어도 되었나?

 고가도로 내려오니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주안역. 아, 내가 가려던 길은 이 길이다. 제대로 왔네. 하지만 다음에는 고가도로 밑으로 이어지는 주안역 뒷길로 가도 되겠구나. 그 길이 한결 낫지.

- 어린이집 노란 봉고차, 내 옆을 바싹 스치며 달리면서 빵빵거린다. 어린이집 봉고차가 저렇게 거칠게 달려도 좋은가. 저 봉고차를 탄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울까.

- 주안역 앞. 빨간 자동차 한 대가 깜빡이 안 켜고 갑자기 내 앞으로 확 끼어들며 주안역 안쪽으로 들어섬. 살짝 급브레이크 밟으며 차와 안 부딪힘. 심장이 벌렁벌렁. 그 차를 좇아가 따끔하게 쏘아 줄까……. 아니다, 말자, 저렇게 살다가 죽으라고 하자, 그냥 가자.

- 제물포를 지나고 도원역에 이를 즈음. 기찻길 오른쪽 골목으로 갈까 하다가 그만둠. 기찻길 오른쪽 동네길은 다음에 지나가기로.

- 배다리 헌책방골목. 아이고. 이제 다 왔군. 계단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가방을 3층에 올려놓고 디지털사진기 들고 내려와 자전거 사진 한 장.

 자전거님, 애 많이 쓰셨어요. 이제부터 인천과 서울을 오갈 짐바리가 될 터이니, 살뜰히 아끼고 사랑하고 고이 보듬어 드릴게요. 오늘 하루는 푹 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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