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5 글



  ‘nonfiction’을 ‘非小說’로 옮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fiction’은 ‘꾸며낸’을 가리키고, ‘novel’은 ‘새로운’을 가리킵니다. ‘小說’은 “꾸민 이야기”요, ‘논픽션 = 비소설’로 옮길 만하기도 합니다. 일본은 저쪽(서양) 삶길을 받아들이면서 ‘소설·비소설’로 갈랐습니다. 언뜻 보자면 ‘소설·비소설’이 옳을는지 모르나, 곰곰이 보자면 “소설이 아닌”이란 이름으로 갈라야 할는지 아리송해요. “꾸민 이야기”를 쓸 생각이 처음부터 없는 사람들이 쓴 글을 가리켜 “꾸미지 않은 이야기”란 이름을 붙이면 어울릴까요? ‘수필·에세이’란 이름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글’을 놓고서 왜 ‘글’이란 이름을 못 붙일까요? ‘이야기’를 놓고서 왜 ‘이야기’란 이름을 안 붙일까요? 글꽃(문학)은 노래(시)·이야기(소설)·삶글(수필)·마당글(희곡)로 가를 만합니다. ‘이야기’는 ‘삶글’ 같다고 여길 만하고, ‘삶글’은 또 ‘이야기’ 같다고 느낄 만합니다. 가르는 자리에 따라 이곳에도 저곳에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모든 글꽃은 바탕이 ‘글’입니다. 글로 삶자락과 마음에 꽃을 피웁니다. 구경꾼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 지은 삶을 스스로 여미는 이야기이기에 글입니다. 이제는 우리 눈으로 글을 바라볼 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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