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어린이하고 (2022.1.20.)

― 군산 〈그림산책〉



  작은아이는 숲노래 씨를 따라나서며, 숲노래 씨는 작은아이를 이끌면서 군산을 처음으로 디딥니다. 아이하고 다니면서 아이 짐은 웬만하면 숲노래 씨가 챙겨서 짊어집니다. 아이는 그림살림이나 놀이살림에 스스로 더 챙기고픈 몇 가지를 살피라고 얘기합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숲노래 씨하고 나란히 설 만한 키에 이른다면, 이때에는 아이 옷가지에다가 마실살림을 조금 나누어 주자고 생각합니다.


  부릉이로 다니면서 둘레를 보는 눈이랑, 두 다리로 걸으면서 둘레를 마주하는 눈은 아주 다릅니다. 바퀴걸상으로 다닐 적에도 다르고, 아기를 안고 다닐 적에도 다릅니다. 앞선나라로 일컫는 곳에서는 웬만한 벼슬꾼한테 부릉이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더 쉽고 빠르게 달리도록 하기보다는, 천천히 마을빛을 두루 맞아들이면서 마을사람을 마주하도록 헤아립니다.


  우리나라 고장지기(지자체장) 가운데, 또 벼슬꾼(국회의원·공무원) 가운데 부릉이를 안 몰고 두 다리로 일터를 오가는 사람은 몇쯤 될까요? 걷거나 자전거로 집하고 일터를 오가면서 마을을 온몸으로 한 해 내내 느끼고 만나는 일꾼은 몇쯤 있을까요? 이 나라에는 부릉이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나라지기·고장지기·벼슬꾼도, 여느 사람들도 부릉이를 너누 자주 몰아요. 지기·일꾼이란 자리를 맡을 사람한테는 튼튼한 신발하고 자전거를 내어줄 노릇입니다. 책꽃종이(도서상품권)를 다달이 30만 원어치씩 주면서 늘 책을 곁에 두며 스스로 익히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군산버스나루부터 걸어서 〈조용한 분홍색〉에 갔으나 겨울쉼입니다. 다시 걸어서 〈그림산책〉으로 옵니다. 오늘 연 책집을 드디어 만납니다. 〈그림산책〉은 그림책하고 어린이책을 느긋하게 펼쳐놓습니다. 책걸상도 느긋합니다. 이 그림책을 펼쳐서 읽다가 덮고, 글꾸러미를 꺼내어 생각을 적고, 저 그림책을 펼쳐서 읽다가 덮고, 새로 글꾸러미를 뒤적이며 생각을 갈무리하면서 한때를 누립니다.


  사람은 하루에 책을 몇 자락쯤 읽으면 넉넉할까요? 열이나 스물쯤 읽으면 될까요? 서른이나 마흔쯤 읽으면 어떨까요? 책으로 징검다리가 되어 사람하고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는 책을 얼마나 더 놓을 적에 아름다울까요?


  겨울이라 찬바람이라면, 봄이라 산들바람이요, 여름이라 땡볕바람이고, 가을이라 열매바람입니다. 겨울에 눈바람이고, 봄에 꽃바람이며, 여름에 잎바람이고, 가을에 무지개바람입니다. 우리 어린씨는 집에서 보던 그림책을 책집마실을 하는 길에 새삼스레 읽습니다. ‘집에 없는 책을 살피고 찾는’ 쪽은 어버이라면, ‘집에 있는 책을 살피고 찾는’ 쪽은 아이입니다. 보고픈 책을 새로 읽으니 더 즐겁겠지요.


ㅅㄴㄹ


《프랭클린의 날아다니는 책방》(젠 캠벨 글·케이티 하네트 그림/홍연미 옮김, 달리, 2018.8.16.)

《빠앙! 기차를 타요》(마세 나오카타 글·그림/정영원 옮김, 비룡소, 2019.11.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