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4 낱낱과 꾸러미



  긴 꾸러미(장편·연작)를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차근차근 읽기도 하지만, 사이에 하나를 골라 읽기도 하고, 끝걸음 하나만 읽기도 합니다. 이웃님한테 긴 꾸러미를 알릴 적에 통째로 건네기보다 첫걸음이나 끝걸음이나 사잇걸음 가운데 하나만 뽑아서 건네기도 해요. 마무리를 지은 판이나 오래도록 잇는 발걸음으로 본다면 “긴 꾸러미”입니다만, 지음이는 낱낱을 따로 헤아리면서 여미기 마련입니다. “긴 꾸러미에 깃든 낱책 하나”이기도 하지만 “40부작 가운데 5권”이 아닌 “마흔걸음 가운데 닷걸음”인 ‘오늘’을 읽는다고 하겠어요. 다 다른 걸음이 모여서 “긴 꾸러미”를 이루거든요. 하루를 ‘새벽 + 아침 + 낮 + 저녁 + 밤’으로 모두어서 읽어도 되고, 새벽이나 낮만 떼어서 읽어도 됩니다. 새벽 가운데 한때만 떼어서 읽어도 되고, 밤 가운데 아주 짤막한 틈만 떼어서 읽어도 돼요. 하루를 보아도 다 다른 때를 모읍니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한길’이면서 ‘온길·새길·꽃길’이거나 ‘눈물길·고빗길·에움길’이거나 ‘노래길·웃음길·푸른길’이기도 합니다. 모두(긴 꾸러미)를 이루는 하나(낱낱)에서 첫걸음을 보고, 다 다른 빛줄기를 만납니다. 솔솔 부는 바람처럼 아이를 쓰다듬고, 살살 춤추는 들꽃처럼 스스로 돌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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