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36 수다꽃
사내는 수다를 떨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사내가 말이 많으면 “계집애가 된다”고, 사내는 점잖게 말없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길게 말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나 둘레 어른은 헛기침을 하면서 그만 입을 다물라고 나무랐습니다. “계집애처럼 수다나 떨고!” 하면서 굵고 짧게 호통이 떨어집니다. 잔소리로만 들린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노라니 ‘수다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또아리를 튼 듯해요. 그러나 ‘말없이 묵직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몸에 배고 나니 막상 ‘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 말이 안 나와요.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말할 자리에서 말을 하는 길’을 처음부터 짚으면서 혼잣말을 끝없이 읊었습니다. 새벽에 새뜸(신문)을 나를 적에 주절주절 온갖 말을 뱉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적마다 마음속으로 여러 이야기를 그리면서 벙긋벙긋했습니다. 총칼로 서슬퍼렇게 억누르던 나라는 우리 입을 여러모로 틀어막아 길들이려 했습니다. 사내야말로 수다를 떨며 가시내랑 마음을 나눠야 생각을 틔우고 슬기롭고 착하게 어깨동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어요. 수다로 꽃을 피워야 이야기도 꽃이 피고, 말도 글도 꽃이 피겠지요. 온누리는 들꽃수다가 북적여야 아름다워요.
수다꽃 (수다 + 꽃) :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나누면서 널리 피어나는 말.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널리 말을 나누는 자리. ≒ 수다꽃판·수다잔치·수다꽃잔치 (← 강의·강연·토크쇼·북토크)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