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2.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 창비, 2021.11.30.



겨울이 저무는 봄이다. 나무마다 꽃망울·잎망울이 부푼다. 틈틈이 둘레를 보면서 봄볕을 바라는 풀빛을 헤아린다. 이따금 능금을 토막내어 마당 한켠에 놓는다. 귤도 한두 알 까서 함께 둔다. 겨울 막바지에 여러 멧새가 내려앉아 콕콕 쫀다. 고흥은 올겨울에도 눈빛은 구경하기 어려웠으나 바람빛은 실컷 만났다. 하얗게 덮지는 않되 새파란 하늘빛으로 고루고루 감싼 겨울바람이다. 《눈아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 겨울에도 푸른잎을 매단 늘푸른나무가 줄줄이 서고, 나무마다 눈이 수북하다. 나무에 눈이 이만큼 수북하다면, 여느 길은 못 걷는다. 발이 푹푹 빠지면서 몸으로 눈을 헤친다. ‘그림책이고, 아이가 나오니’까, 발자국이 오종종 나는 모습으로 담았다고도 할는지 모르나, 눈밭을, 더구나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눈밭을 보거나 겪었다면 이렇게 그릴 수는 없다. 깊은숲 눈밭에서 눈을 뭉치면 눈송이는 티없이 하얗다. 깊은숲 눈이 녹는 물은 맑다. 잿빛과 먼지로 뒤덮인 서울이라면 겉눈을 치우고 속눈으로 뭉쳐도 먼지가 고스란히 흐르는데, 흙이나 먼지가 섞인 눈송이가 녹는 물을 ‘더럽다’고 해도 되려나. 이쁘거나 착한 말을 애써 붙이기보다는 삶과 숲을 품는 말을 가만히 담으면 된다. ‘서울그림책’이 갇힌 틀은 누가 깰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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