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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엮은 방패 ㅣ 창비시선 454
곽재구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2022.2.19.
노래책시렁 218
《꽃으로 엮은 방패》
곽재구
창비
2021.2.19.
일곱 해쯤 앞서 ‘넋·얼·마음·숨’이 어떻게 다른 결인가를 풀어낸 적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새삼스레 이 네 낱말을 짚으면서 어떻게 태어난 결인가를 풀어냅니다. 곰곰이 보면 거의 쉰 해를 들여 네 낱말을 살피고 풀어낸 셈입니다. 이처럼 말뜻풀이·말밑풀이를 해내면 덤덤해요. “아, 이제 끝이네?” 같은 혼잣말이 나옵니다. 해내기 앞서까지는 온생각을 그러모아 바라보고, 해내고 나서는 온마음을 부드러이 풀어놓고서 앞으로 새롭게 바라볼 낱말을 그립니다. 《꽃으로 엮은 방패》를 되읽다가 곽재구 님이 스스로 안 놓으면서 둘레 사람한테는 놓으라고 말하는 결을 새록새록 느낍니다. 〈세월〉 같은 노래는 첫 다섯 줄은 좋으나 다음 줄부터는 군말이네 싶어요. 첫 다섯 줄로 노래가 끝났습니다. 〈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창비시선 454’에 이름을 ‘올리’고 ‘산문’을 매우 길게 붙였습니다. 칙폭이(기차)는 칙폭이대로 달리면 됩니다. 노래는 노래대로 부르면 됩니다. 회오리바람이 산들바람처럼 불어야 할까요? 더 빠르거나 더 느린 결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를 뿐입니다. 노래란, 소리에 얹는 가락이자 생각이 흐르는 마음입니다. 노래란, 목소리가 아닙니다. 목소리만으로는 ‘외침’일 뿐입니다.
ㅅㄴㄹ
하얀 민들레 곁에 냉이꽃 / 냉이꽃 곁에 제비꽃 / 제비꽃 곁에 산새콩 / 산새콩 곁에 꽃다지 / 꽃다지 곁에 바람꽃 // 소년 하나 언덕에 엎드려 시를 쓰네 (세월/11쪽)
KTX는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달리지 / 손을 흔드는 아이도 없지 // 기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해 / 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 (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