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2.13.

나는 말꽃이다 73 굶기



  우리나라에서 우리말을 돌보면서 낱말책을 엮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열손가락은커녕 다섯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고 느낍니다. ‘말꽃지기(국어사전 편찬자)’는 ‘일감(직업)’하고 멉니다. 국립국어원 벼슬꾼(공무원)이라든지 열린배움터(대학교) 길잡이(교수)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제법 있고, 펴냄터(출판사)에 깃들어 심부름을 하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만, 여기저기에 안 휘둘리고 오롯이 말을 말답게 말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배우고 보살피는 사람은 참말 얼마나 될까요? 우리말을 사랑하겠노라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해보겠다는 푸름이가 이따금 있기에 살짝 얘기합니다. “우리말을 돌보는 길을 가고 싶으면 적어도 열 해를 굶으면 돼요.” “네? 굶으라고요? 열 해를?” “힘들까요? 힘들면 스무 해를 굶으면 돼요.” “네?” 우리말이든 바깥말(외국말)이든 나라(정부)나 배움길(학맥)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오직 우리가 이 땅에서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살아온 숲을 수수하게 마주하면서 받아들이는 눈빛이어야 ‘말’을 건사합니다. 글님(문필가·작가)이라는 길도 으레 열 해는 굶을 노릇이고, 제대로 스무 해를 굶어야 글빛이 피어난다고 느껴요. 돈을 끊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돈에 눈이 멀면 말글은 다 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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