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곁말 33 일자리삯
서울에서 살며 일터를 쉬어야 할 적에 ‘쉬는삯’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터를 다니는 동안 받는 삯에서 조금씩 뗀 몫이 있기에, 일을 쉬는 동안에 이 몫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미처 못 느꼈는데, ‘일자리삯’이라 할 이 돈은 서울사람(도시사람)만 받더군요.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은 못 받아요. 씨앗을 심어 흙을 가꾸는 일꾼은 ‘일자리삯’하고 멀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어떨까요? 곁일을 하는 푸름이는, 또 일거리를 찾는 젊은이는 어떨까요? 나라 얼개를 보면 빈틈이 꽤 많습니다. 이 빈틈은 일터를 이럭저럭 다니며 일삯을 꾸준히 받기만 했다면 좀처럼 못 느끼거나 못 보았겠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기에 빈틈을 훤히 느끼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이기에 빈구석을 으레 봅니다. 아무래도 시골사람은 매우 적고, 거의 다 서울(도시)에 모여서 북적거리기에 나라살림도 서울에만 맞추는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북적판 서울이 아닌 고요누리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언제나 파란하늘하고 푸른숲을 마주합니다. 자전거를 달리면 바다가 가깝습니다. 해가 진 밤에는 별잔치를 누립니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쉬는삯이 없더라도, 마음으로 스미는 빛살이 그득한 시골살이입니다.
일자리삯 (일자리 + 삯 = 일감삯·일거리삯) :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아직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동안 받는 삯. 앞으로 일감이나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살림을 도우려고 주는 삯. ‘실업급여’를 손질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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