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1.21.
그림책시렁 881
《눈아이》
안녕달
창비
2021.11.30.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1987년까지 인천에서 다녔습니다. 그무렵 인천에서도 낮에 제비를 잔뜩 보았고, 밤에 박쥐를 가득 만났어요. 이듬해부터 푸른배움터에 들어가 새벽부터 밤까지 갇혀 지내느라 제비랑 박쥐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요새는 안 그렇지만 그무렵까지는 눈사람을 굴려도 새하얬고, 녹아도 맑은물이었습니다. 서울·큰고장에 눈이 내리면 처음엔 흰눈이지만 어느새 먼지를 듬뿍 머금어 잿빛이 살살 감돌기 마련이요, 눈을 뭉치거나 굴릴 적에 티끌빛이 서려요. 나중에 녹을 적에도 먼지물이나 티끌물이 됩니다. 《눈아이》를 펴면 ‘서울 눈사람(도시 눈아이)’인데 새하얗습니다. 나중에 녹을 적에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하고 사람아이한테 묻는데 알맞지 않아요. 여태 새하얀 눈사람이었으면 녹을 적에도 맑은물입니다. “더러운 물로 녹는다”면 처음부터 얼룩덜룩이였을 테지요. 무엇보다 먼지나 흙은 ‘더럽지’ 않습니다. 옷에 먼지가 묻든, 얼굴에 흙이 묻든, 그저 묻었을 뿐이요, 털거나 씻으면 돼요. ‘노는 아이’를 다루는 그림책인데, ‘놀다가 얼마든지 흙이며 먼지를 묻혀 땟국물 반지르르 흐르는 웃음’을 ‘더럽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옷걱정(더럼걱정)이 없기에 빛나는 숨결입니다.
.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