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1.18.
오늘말. 묵은솜씨
무엇부터 해야 할는지 모를 적에는 벼리를 짜기 힘드니, 그저 차근차근 해봅니다.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나아가면서 조곤조곤 길눈을 트고, 어떻게 줄짓는가를 읽을 만해요. 앞뒤를 잘 모르겠으니 차곡차곡 하기는 어려워요. 아직 어수선하기만 하고 조금도 가지런하지 않으나 기쁘게 가기로 합니다. 뒤뚱뒤뚱하면서 반듯길하고는 한참 멀지만, 헤매거나 갈마드는 사이에 문득 깨닫기도 해요. 오래오래 묵히던 솜씨를 펴요. 옆에서 고인솜씨라고 놀리면 한귀로 흘려요.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흐름을 즐겁게 닦기에 아름답습니다. 우리 걸음에는 값을 매기지 않아요. 물줄기를 살피고 지나오는 자리를 돌아보면서 ㄱㄴㄷ을 천천히 짭니다. 아직 서툴기에 척척 해내지는 못해요. 자분자분 밟으면서 곰곰이 짚지요. 서두르다가는 갈피를 도무지 못 잡을 테니 하나둘 나아가고, 하나하나 다스립니다. 묵은솜씨라서 한꺼번에 여러 탕을 뛰지는 못합니다만, 두벌 석벌 되풀이하는 동안 어느새 새롭게 알아보면서 이 자리를 빛낼 마음을 나눕니다. 아이가 가나다부터 배우듯, 어른도 삶결을 고르면서 숱한 자리를 거쳐요. 이다음을 그리면서 기운을 냅니다.
ㅅㄴㄹ
ㄱㄴㄷ·가나다·줄·줄서다·줄짓다·바르다·반듯하다·정갈하다·가지런하다·고르다·갈마들다·걸음·밟다·거치다·매기다·길·결·줄기·지나다·지나오다·지나가다·가다·오다·자분자분·조곤조곤·다음·늘어서다·돌림·때·물·몫·차곡차곡·차근차근·착착·찬찬하다·척척·하나씩·하나하나·하나둘·터·판·자리·군데·벌·-씩·탕·흐름·벼리·앞뒤·높낮이 ← 차례, 차례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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