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곁말 30 헤엄이



  마흔 살이 넘도록 헤엄을 못 쳤습니다. 물하고 도무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마흔너덧 무렵에 비로소 헤엄질이 무엇인가 하고 느꼈어요. 헤엄질이 된 까닭은 딱 하나예요. 남들처럼 물낯에서 물살을 가르지 못해도 된다고, 나는 물바닥 가까이로 가라앉아서 천천히 물살을 갈라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속으로 몸을 가라앉혀서 숨을 모두 내뱉고서 가만히 움직여 보았는데, 뜻밖에 이 놀이는 매우 잘되더군요. 몸에 힘을 다 빼니 스르르 물바닥까지 몸이 닿고, 물바닥에 고요히 엎드려서 눈을 뜨고 물이웃을 보았어요. 물이웃이란 ‘헤엄이’입니다. ‘물고기’가 아닙니다. ‘먹이’로 본다면, 물에서 헤엄치는 숨결을 ‘물고기’로 삼겠지만, 저는 물살을 시원시원 가르며 저랑 눈을 마주하는 아이들을 ‘고기’란 이름으로 가리키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면 어울리려나 하고 생각하는데, 물바닥을 살살 일렁이는 잔바람이 불더니 ‘헤엄이’라는 이름이 찾아왔어요. 나중에 살펴보니 《으뜸 헤엄이》란 이름인 그림책이 있어요. 물살을 잘 가르는 사람도, 물에서 살아가는 숨결도 나란히 ‘헤엄이’입니다. 물바닥에서 가만히 헤엄이를 보다가 슬슬 손발을 놀리면 용하게 앞으로도 옆으로도 가더군요. 물속헤엄도 즐겁습니다.


헤엄이 (헤엄치다 + 이) : 헤엄을 치는 숨결. 물살을 가르면서 나아가는 숨결. 물·내·바다 같은 곳에서 나아가려고 몸을 움직이는 숨결. 때로는 “헤엄을 잘 치는 숨결”을 가리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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