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4.
《민중만화》
장진영 글·그림, 정음서원, 2020.10.12.
고흥읍 하나로가게에 전화를 걸어 ‘백신패스’를 미리 물어보았다. 가게일꾼은 ‘백신패스’도 ‘방역패스’도 못 알아듣는다. 시골에까지 무슨 ‘패스’이냐고 시큰둥하다. 새해에 나라지기를 비롯해 고을지기(군수)를 새로 뽑고, 배움지기(교육감)도 새로 뽑는다. 그동안 지기로 뽑힌 이들은 “한 사람도 버리지 않는다” 같은 말을 내세웠는데, 정작 지난 여러 해를 보면 이들이 참말로 ‘한 사람도’란 말을 함부로 혀에 얹어도 되나 아리송하다. 전남교육감이 하도 ‘학교밖 청소년’ 타령을 하되 ‘학교밖 청소년’을 뒷배하는 틀을 마련하지 않아서 세 해째에 “벌써 세 해나 되었는데 뭘 하시나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학교밖’에 있지 않습니다. ‘숲’하고 ‘집’에서 스스로 배웁니다. ‘스스로 푸름이’입니다.” 하고 따진 적이 있는데, 새 배움지기를 뽑는 올해까지 이렇다 할 대꾸가 없다. 《민중만화》를 읽으니 그림님은 모든 곳에 ‘민중’이란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여긴다. ‘들풀’이나 ‘들꽃’이나 ‘풀꽃’이나 ‘숲’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은 왜 못 할까? 그림꽃(만화)은 ‘민중만화’가 아닌 ‘풀꽃그림’이 되어 어린이하고 먼저 어깨동무하고 시골에서 살림을 순이돌이가 함께짓는 길로 갈 적에 아름답다고 본다.
ㅅㄴㄹ
‘민중’을 외치는 분들이
다 잘못한다고는 느끼지 않되
‘민중이 안 쓰는 이름하고 말’을
참으로 오래도록 질기게 붙잡으면서
막상 ‘민중 속으로 스미지’ 않고
‘민중 밖에서 외치기’만 해왔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스스로 들꽃이요 풀꽃이요 숲이라면
‘민중’이나 ‘인민’이나
‘백성’이나 ‘국민’이나
‘시민’이란 말을 다 안 쓰고
그저 ‘사람’ 한 마디에
‘들꽃·들풀·풀꽃’이란 이름을
수수하게 쓸 뿐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