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교육 민음의 시 260
송승언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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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09


《사랑과 교육》

 송승언

 민음사

 2019.9.23.



  사랑이 없으면 안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는 채 안으려 한다면 엉큼질이나 추근질로 기웁니다. 사랑으로 안기에 그저 사랑이라 따뜻하면서 폭신하고 즐거우면서 아늑합니다. 사랑이 없이 안으려 드니까 싫고 지겹고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거나 가르칠까요? 사랑을 사랑으로 들려주거나 속삭이는 어른은 몇쯤 있을까요? 총칼을 쥔 이는 사랑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벼슬이나 감투를 쓴 이는 사랑을 든진다는 뜻입니다. 총을 쥔 순이도 벼슬을 쓴 돌이랑 똑같이 사랑이 없습니다. 칼을 쥔 돌이도 감투를 쓴 순이랑 나란히 사랑이 없어요. 《사랑과 교육》을 가만히 읽으며 ‘안는 몸짓’을 자꾸자꾸 돌아봅니다. 가없이 사랑이기에 안으려 하나요? 사랑인 척하면서 안으려 하나요? 사랑을 배운 적 없이 무늬만 사랑으로 가나요? 사랑받아 태어난 숨빛인 줄 똑똑히 느끼면서 웃음하고 눈물로 안으려는 발걸음인가요? 사랑이라면 말을 돌리지 않습니다. 사랑이 아니기에 자꾸 말을 돌립니다. 사랑이라면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말합니다. 사랑이 아니기에 어린이뿐 아니라 시골 할매가 못 알아듣는 말을 그저 읊습니다. 사랑은 못 가르칩니다. 사랑은 늘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짓는 별빛입니다.


ㅅㄴㄹ


네가 잘 때 나는 내 나이보다 오래된 책을 읽었고 / 네가 깨어났을 때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액자소설/16쪽)


패잔병들은 생각한다 우리는 졌다 왜 우리가 졌을까 우리가 질 리 가 // 없는데 패잔병들은 생각한다 본진으로 돌아가며 별이 뜨길 기다리며 / 예정된 포인트에서 / 예정된 조우가 있기를 기다리며 (별들이 퍼붓고 난 이후/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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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아쉬운

자꾸 말을 돌리며

무늬만 그리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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